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나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
본능적으로 타인과 나를 비교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곤 합니다.
프랑스 연구자들이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아주 날씬한 여성과 평균 체격의 여성 사진에 각각 노출시켰더니, 날씬한 여성의 사진을 본 참가자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더 큰 불안을 느꼈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 사진이 단 20밀리 초 동안만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에 나오는 이야기죠.
육아를 하면서 인스타그램을 많이 했습니다. 아기 키우는 정보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할수록 우울해졌습니다.인스타 속 엄마들은 잘 정돈된 집에 날씬한 몸매, 세련된 인테리어까지 완벽했지만 현실 속 저는 달랐습니다.
머리는 떡지고, 세수도 못한 얼굴에 모유수유로 축 처진 가슴과 늘어난 뱃살을 가지고 있었죠. 아기는 눕히기만 하면 울어서, 아기띠에 안고 서서 주방에서 반찬통을 펼쳐놓고 간신히 밥을 먹었습니다.
비교를 멈추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고, 비교를 중단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오히려 더욱 못나 보였습니다. 그런데 단 20 밀리초 사이에 이미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있다니, 결국 피할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
어느 날, 아기를 안고 소파에 앉아 “으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울고 있는 아기를 뒤로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더 크게 울부짖는 제 모습이 너무 무서웠어요. 이런 감정이 아기에게도 전해질까 두려웠습니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상태니까요.
그때 결단을 내렸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기로요.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아기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처음엔 불안했습니다. 좋은 정보를 놓치고,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길까 봐 걱정했죠. 프리랜서에게 인스타그램은 필수 마케팅 도구인데, 그걸 버리는 게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면이 엉망이 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우려와 달리 제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나니 비교할 대상도 사라졌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타인의 취향이 아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경제나 정치 기사를 찾아보는 게 일상이었어요. 배달 음식은 왠지 돈이 아깝게 느껴져서, 가능하면 집에서 요리해 먹는 걸 선호합니다. 치열하게 몸을 부딪히며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를 보는 것도 좋아해요. 안정환 선수가 감독으로 나오는 '뭉쳐야 찬다'를 보며 육아 파이팅을 외쳤던 기억이 나네요.
여행할 때는 대도시보다는 여유 있는 외곽을 선호하고, 하루에 한두 곳만 찐하게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남들은 오션뷰에 큰돈을 쓰지만, 저는 청결과 방음이 잘 되는 숙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명 관광지를 도는 것보다는 그냥 해변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죠. 아이가 생긴 뒤로는 호텔에서 물놀이만 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이렇게 남들이 좋아하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 다시 발견하면서 우울함은 점점 활기로 바뀌었고, 삶은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남들 다 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내가 초라해 보였는데 나만의 취향을 존중하게 되니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