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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지 Oct 16. 2024

시간이 왜곡될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플로우(flow)라는 마법에 빠져보자


시간이 빨리가는 일을 자주 하면 행복해진다


김창옥TV 캡쳐


시간이 빨리 흐른다면, 그건 우리가 몰입하거나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상태를 '플로우(flow)'라고 하죠. 플로우 상태에 빠지면 시간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마치 시간이 왜곡된 것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죠.


예를 들어, 집에서 혼자 지안이를 돌볼 때는 한 시간이 참 더디게 갑니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다른 엄마들과 공동 육아를 할 때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제가 플로우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는 의미겠지요.


소통전문가로 불리는 김창옥 강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이나 사람 혹은 장소를 찾아보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우연히 그 말을 듣고,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 덕분에 산후 우울증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았던 터널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안이가 돌 즈음 어린이집에 가면서 비로소 아이와 떨어져 홀로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거나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얻는 행복은 금방 휘발되었는데요. 짧더라도 반복되는 몰입의 시간이 주는 행복감은 매일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어질러진 책상, 창문 밖 안양천에 벚꽃이 만개했다



어린이집 문이 열리는 7시 30분에 지안이를 등원시키면 드디어 제 시간 됩니다! 지안이를 등원시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시동을 걸고, 한국경제의 글로벌 뉴스를 틀어두고 꽉 막힌 강변북로로 향합니다.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좋아하는 악뮤 노래를 틀고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50분이 지나 선유도에 도착합니다. 운전을 좋아하진 않지만, 차 안에서 온전히 혼자가 된 고요한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제일 먼저 출근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그 고요함과 적막함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환기가 안 되어 나는 쿰쿰한 냄새조차 반가웠습니다. 전날 오후 허겁지겁 퇴근한 흔적이 남아 있는 책상 위를 정리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나 차를 준비합니다. 자리 왼편에 난 창을 가린 블라인드를 모두 걷고, 차를 담은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안양천을 바라봅니다.


육아하느라 놓쳤던 계절의 변화와 풍경을 만끽하며 그 순간이 주는 여유에 집중하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던 일들이 먼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잘 세팅된 모니터와 노트북 앞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여유가 있을 때엔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는 그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하나둘씩 출근하는 팀장님들 인사하고 지난 미국시장에 대해 한 두마니 나누다 보면 벌써 점심시간입니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웨이팅을 하지 않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나서는 평범한 하루.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사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다시 시작되니, 자연스럽게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 눈 깜빡하는 사이에 3시가 되어 있어요. 직접 아이를 등하원하는 부모라면 다들 공감할 거예요. 지안이는 3시 30분에서 4시 사이에 하원했는데, 강변북로는 항상 밀리기 때문에 2시 30분에서 3시 사이에는 사무실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출퇴근을 하며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니 조금씩 즐거워졌습니다. 내일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을 경험으로 깊히 알게 되었습니다. 짧더라도 자주 몰입하는 시간이 쌓이고, 그렇게 모인 하루하루를 통해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된 삶에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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