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넘어,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
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킨다
번아웃은 저를 낯선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쌓일 대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그제야 마음 깊은 곳에서 숨겨두었던 상처들이 터져 나오더군요. 일상적인 일들이 버겁고 두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특히, 영업용 핸드폰에 카톡 알림이 뜰때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거대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중에야 이것이 공황증세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출산을 핑계로 남편에게 고객 연락을 맡기고, 직접적인 소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일로 바빠진 남편이 대신해 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 결국 언젠가는 제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무서웠지만,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는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꺼려하던 일을 마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나하나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그들을 안심시키기 시작했죠. 당시 미국 주식 시장은 5개월 연속 하락 중이었고, 시장은 매일 부정적인 뉴스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고객들의 불안도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달 동안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걸기 직전까지 심장이 떨렸지만, 그럴수록 전화하는 일이 점점 괜찮아졌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하지 않죠. 그렇게 정면으로 두려움에 맞서다 보니, 차츰 두려움은 옅어지고, 예상치 못한 성장이 일어났습니다.
전화를 하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하락하고 보유한 주식이 마이너스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잘라내고, 새로운 종목을 편입해야 하는 일을 하려면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했죠. 그러나 기다림의 시간 동안 고객들은 회사가 보수를 받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도, 저도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시장을 모니터링 중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월간 리포트에 직접 코멘트를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딱딱한 언어 대신, 저만의 쉽고 간결한 언어로 시장의 핵심을 요약해 전달한 것이죠.
그렇게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와 시장 이슈를 매일 체크하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업지표, 고용지표, 주택, 금리, 유가, 물가, 서비스 및 제조업 지수 등 매주 발표되는 지표들을 확인하고, 그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죠.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이 3년간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 대한 안목이 길러졌습니다. 특별한 기대 없이 꾸준히 해온 일이었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번아웃을 극복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글 속에는 간결히 녹여냈지만, 무너지는 데 고작 1개월이 걸렸다면 회복하는 데는 2~3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주식 시장보다도 회복이 느렸네요.
지난하고 지루한 그 시간들이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힘들었던 만큼 이제는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저를 지탱하고 있죠.
번아웃을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에요. '나를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자신을 무리하게 몰아붙이며 일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을 일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려는 모습을 제게서 봅니다. 최근에도 너무 무리해서 일하고 육아하다 편도선과 임파선이 붓고, 몸살까지 겹쳐 눈 밑이 떨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거든요.
지금도 여전히 무리하지 않고, 나 자신을 돌보며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자꾸만 올라오는 욕심을 잠재우고, 거창한 목표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티끌 모아 태산'처럼 매일 작은 습관들을 쌓아가는 성장을 도모하려 합니다. 육아와 일의 균형을 맞추며 차근차근 파이팅! 외치며 말이에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