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케이크 한 조각, 작은 화분 하나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의 합이
그 사람에 행복감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준다
유퀴즈'에 출연한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절친이 아니더라도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경험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우울할 때 누군가와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들과의 관계가 작은 행복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신생아는 100일 전에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안이를 낳았을 땐 코로나가 한창이었죠. 말 그대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20평 안 되는 작은 집에서 신생아와 하루 종일 함께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엔데믹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집합 금지 명령이 해제되고, 외부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도 다시 밖으로 나왔죠. 저도 지안이를 유아차에 태워 산책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엘리베이터에서 고개를 숙인 채 이웃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었어요. 저처럼 유아차를 끌고 나온 다른 엄마들의 시선도 피했습니다. 초라한 내 모습을 누군가 알아보는 게 싫었나 봐요.
늘 활발하고 사람을 좋아했던 제가 이렇게 움츠러드는 게 싫었습니다. 파워 E 성향이었던 저였는데, 우울증은 참 무섭습니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접촉하고 관계를 맺게 되죠. 때로는 그 관계 속에서 작은 친절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런 작은 행복들이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로 상가와 연결되어 있어서 비 오는 날에도 부담 없이 카페에 갈 수 있었어요. 자주 가던 투썸플레이스에서 유아차에 잠든 지안이를 옆에 두고 노트북을 하는 게 제 작은 낙이었습니다.
자주 가다 보니 직원분과 안면이 트였고,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출산을 축하하는 쪽지와 조각 케이크를 건네주셨어요.
예상치 못한 선물에 눈물이 날 뻔했지만, 들키기 싫어 참았습니다. 자리에 돌아와서 혼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고마운 마음에 선물을 들고 찾아갔지만, 카페는 철거되어 참 아쉬웠어요.
왕십리역 7번 출구 버스 정류장 옆에는 작은 꽃집이 있습니다. 성동구에 살 때 꽃이 필요하면 늘 이곳을 찾았어요. 냉장고도 없는 작은 꽃집이었지만, 늘 신선한 꽃들로 가득했죠.
지안이를 낳고 처음 방문했을 때, 친절한 사장님 부부가 축하하며 작은 화분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늘 고마웠습니다.
물론 늘 좋은 이웃만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늘 그 자리에 있던 이웃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었죠. 지금은 그때 받은 친절을 자양분 삼아,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이웃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