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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시킨 순간들

내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향해

by 리올


오늘부로 내 호주에서의 삶은 끝이 났다. 아직 여행할 날은 조금 남았지만 적어도 브리즈번은 정말 안녕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 사우스뱅크의 휠을 보며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미 깨달았다. 몇 년 뒤 내가 이곳을 미치도록 그리워할 것이라는 걸. 캥거루 포인트에서 바라본 시티의 야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 언제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하며,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세수 후 졸린 눈을 비비며 걸었던 길, 브리즈번 강 그리고 미친 듯이 내리쬐는 태양, 높은 미세먼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던 그 하늘, 구름, 도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타이거, 레이, 파비앙, 대니, 나나, 미즈키, 미사키, 캔디스, 캔디, 쿠키, 그레이스, 수쟌, 케이, 요스케, 앤디, 티나, 조나단, 프랭클린, 에릭, 클락, 애나… 나의 가장 아름다운 인연들, 나의 사람들. 이 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나의 인생 한 챕터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다.



내일 아침 일찍 브리즈번을 떠나 골드코스트로 가는 열차를 타면서, 혹은 골드코스트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비로소 실감할까? 내가 이곳을 비로소 떠나간다는 것을, 고마운 사람들과 잠시 안녕한다는 것을.



사람은 헤어지고 만나고 또 헤어지지만, 그걸 알면서도 언제나 헤어짐은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한다. 특히 애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은, 그전에 몇 번을 경험했다고 해도 늘 마음이 아픈 일이다.



호주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면, 이 모든 일이 우연처럼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모든 게 정해져 있었던 순서였고 그 길을 따라왔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 워킹비자를 받아 멜버른, 시드니만 알던 내가 갑자기 브리즈번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아무 정보도 없이 그 도시로 향하는 티켓을 샀던 그 순간.



그 결정이 운명처럼 이어져,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평생의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배운 것은 단순히 공부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떠한 삶도 비난받을 인생은 없다. 그리고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함부로 말할 자격이 없다. 상대의 상황이 되어 직접 그 삶을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나를 잘 모르듯, 나도 당신을 모른다.

그러니 단면의 나를 바라보고 나를 다 안다고 판단해서 내 주변을, 내 현실을 판단하지 말아라.



이곳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들로부터 치유받고,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나갔다.

스스로를 더 탄탄하고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고 성숙해져 갔다.



아빠가 언제나 마음속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주듯, 이곳에서 받은 소중한 기억들과 따뜻한 기운들을 간직하며, 두려움 없이 또 내 인생의 다음 챕터로 나아갈 것이다.



늘 부족하고 아름답지 못한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며, 격려해 주고 함께해 준 모든 사람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언제나 행복한 일들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벌써부터 그리운 모든 사람들, 잠시 동안 안녕입니다. 감사했습니다.



2019년 3월 10일 6년 전 오늘

브리즈번을 떠나오던 날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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