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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시작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한자리에서 사라진다면

by 리올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린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주하는 햇살, 그리고 내 사람들의 목소리.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는 ‘익숙함’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너무 그런 것에 너무 편해진다면, 그것이 없을 때 비로소 그 공백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일상적이고 예측 가능할 때, 우리는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날 그 당연한 것이 사라지면, 그 공허함과 슬픔이 우리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당연함이란 무엇인가?


당연함이란 단어를 한 번 곱씹어보자면,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믿음과 신뢰가 담겨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적인 것들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삶의 일부분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믿음도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친구와 나누는 웃음, 그리고 내가 일하는 곳에서의 작은 성취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것들은 우리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당연하게 돌아간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들이 반드시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당연함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어느 순간 그것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그 가치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것이 사라지면, 그 공백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항상 하던 일상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그 공허함을 채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없어진 자리에 빈자리가 남게 된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사람과의 이별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충격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늘 당연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은, 그 사람의 부재와 함께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그 빈자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질수록, 우리는 아픔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또한, 우리가 기대하고 있던 것들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직장에서의 인정, 자신이 꾸려온 계획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당연함이 깨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아픔에서 무엇인가를 느낀다면, 단순히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면, 그것을 다시금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픔을 겪고 나면, 우리는 그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그들의 존재와 그 일을 당연하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 사라지면, 그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그것이 없었을 때의 공백을 느끼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나의 인생에서 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짧지만 소중했던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 아픔이 지나고 언젠가 상처 위에 새살이 살짝 돋아났을 때, 비록 그때는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없을지라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순간들만큼은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하게 될 것이다.




당연함이 사라졌을 때,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라진 당연함을 어떻게 다시 채워나갈 수 있을까? 우선,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우리는 그것들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백을 그저 아픔으로만 남기지 않고,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슬픔을 위한 충분한 애도기간은 남겨두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 소중했던 존재였던 것을 위한 마지막 예의일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이 사라졌을 때의 아픔은 분명 크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아픔은 우리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종종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당연함이 사라졌을 때의 아픔을 겪으며, 우리는 더 깊고 진지하게 삶을 바라보게 되며, 그로 인해 한층 더 성숙해져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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