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5일
북한이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가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웠습니다. 남측 민간인이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건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일어난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 처음인데요. 아무리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해도 비무장한 민간인을 사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한 건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죠.
1.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공무원인 A씨(47)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상태에서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측 등산곶 인근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는데요.
2. 북측 선원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A씨로부터 북측 해역으로 들어온 데 대한 진술을 들었습니다.
3. 이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 A씨에게 총격을 가했죠.
→ 총격 직전 북한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걸로 보이는데요. 우발적 대응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4. 이어 오후 10시쯤 북측 해상에서 A씨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웁니다.
→ 이런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됐죠.
군은 A씨가 북측 선박에 발견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이후 피격까지 5~6시간 동안 북측에 대해 어떤 구명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는데요. 군 당국은 지난 23일 오후 4시35분쯤 유엔사를 통해 대북 전통문을 보내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반응이 없었죠.
코로나19 대응에 집착해 A씨에 대해 통상적인 체포-조사-송환 절차를 밟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북측의 행위가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청와대는 이날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A씨는 실종에서 총격 살해 확인 때까지 30여시간 동안 군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았는데요. 합참은 정황상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밝혔지만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불필요한 억측과 내부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