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몰입
물론 요즘에는 신문을 읽거나 글을 쓸 때도 시간이 금방 가 있긴 하지만, 제 인생 최고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졌던 순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손 석고상을 그릴 때였어요. 홍대 앞에 있는 그린섬이라는 미술학원에 다니게 된 첫날이었는데 4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거든요. 손 석고상을 데생으로. 근데 거짓말 안 하고 4시간이 10분처럼 흘러갔어요. 사람들이 짐 정리하고 오늘은 끝났다고 하니까 정신이 들어서 '4시간이 벌써 지나갔다고? 나 아직 그릴 거 많은데?' 했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 순간에 그림에 완전히 '몰입'했던 것 같아요. 정말 4시간이 순식간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고 뭘 해도 그 만큼 몰입이 된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때 왜 그렇게 몰입이 잘 됐을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던 거 같아요.
1. 그 학원에 처음 다니게 됐고, 원장 선생님이 저한테 기대가 크셔서 그림을 잘 그리는 애가 왔다는 '인정'을 받고 싶었던 거 같아요, 정말 강하게.
2. 그리고 손 석고를 제가 불과 며칠 전에 그려봤던 거거든요. 그래서 정말 잘 그릴 자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좀 그런 생각도 있어어요 사실은, '이거 내가 얼마 전에 그려봤다고 말 안 하고 잘 그리면 다들 놀라겠지?'
3. 순간순간 그림을 그리는 과정 모두가 제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계속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잘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