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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Oct 22. 2019

브런치의 도미노 효과



엄마, 아빠, 나, 강아지 이렇게 넷이 사는 우리 집 분위기에 뽀로로라는 상당히 겉도는 아이템이 있는 것은 순전히 세 살짜리 조카 때문이다.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는 조카가  영 갖고 놀 게 없어 심심해하는 것을 보고 내가 준비한 장난감이 바로 뽀로로 도미노다. 조카가 뽀로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검색하다 얻어걸린 장난감인데 다행히 조카가 이것을 좋아해서 조카가 집에 놀러 올 때마다 함께 도미노를 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어릴 적에 도미노를 자주 갖고 놀았다. 도미노의 긴 행렬을 세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소요되지만, 맨 앞 도미노를 툭 쳤을 때 도미노 패가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광경이 주는 쾌감은 다른 놀이가 줄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번 주 토요일, 나는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하려고 서울에 다녀왔다. 아쉽지만 내가 상을 타는 자리는 아니었다. 본선 진출자라는 자격으로, 공동 저자라는 자격으로 그 행사에 초대되었다. 본선에 진출했지만 수상은 하지 못한 작품들을 모아 공모전을 주최한 곳에서 책을 내주었고, 나는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 3권을 선물로 받았다.

 우연히 그 공모전을 봤을 때,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브런치에 쓴 내 글들을 떠올렸다. 특히 나 스스로는 쓰고 나서 참 뿌듯해한 글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던 그런 글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들을 엄선해 공모전에 제출했다. 누가 읽어주든 안 읽어주든 브런치에 차곡차곡 써놓았더니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했어라는 행동이 앞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명의 글이 한데 모인 책이라 완전히 내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글들이 몇 페이지에 걸쳐 활자화된 책을 어루만지는 기분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연애를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오는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의 뒤엉킴처럼 두근두근거리다가도 뭔가 더 잘 써내고 싶다는 날것의 의욕이 치밀었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고 엄청난 성과를 내는 분들에 비하면 소박한 것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난 뒤에 내 삶에서 벌어지는 이런 소소한 연쇄작용마음가짐이 나는 참 감사하고 신기하다.

 브런치에 툭하고 누른 발행 버튼이 내 일상의 작은 파급을 가져오고, 그다음의 것을 넘어뜨리는 도미노적 쾌감을 조금씩 경험하면서 나는 다시 꿈이란 것도 꾸고 있다.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소요되더라도, 이렇게 하나둘씩 넘어뜨려가다 보면 (지금은 망상같이 느껴지는) 내 꿈에 한 발 한 발 가까워질 거라고 그렇게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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