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방랑기, 도서관

투 대리 프로젝트

by 앤디


어떤 행동이 의무가 되는 순간 그 행동은 재미없어지기 마련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부가 아닐까 싶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마다 공부 안 해도 되는 어른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학생인 나를 두고 “그때가 좋을 때야.”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올챙이 적 기억 못 하는 개구리의 전형이라고 생각했었다.

대충만 따져도 자그마치 이십 년이 넘는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직장인이 되고 더 이상 공부가 내 일이 아닌 것만으로 큰 해방감을 느꼈다. 주말 내내 실컷 잠을 자도, 온종일 TV를 봐도 그 어떤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시험으로 나를 평가하고 성적으로 나를 줄 세우는 일은 끝났으니, 공부와도 영영 안녕일 줄 알았다.



입사한 지 3년째 접어들었을 때쯤인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든 것도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내 안의 모든 것이 동난 느낌이 들었다.

(외국에 살않아도) 모국어를 잊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구사하는 말이 정해져 있다 보니 사용하는 표현과 어휘는 갈수록 빈약해졌고, 단어 자체가 생각 안 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뇌를 특정 부분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사고의 폭이란 것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었다.


ㅡ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 안에 경보음이 울렸다.


이때부터 단기든 장기든 나를 채워나가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투 대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해 온 것과 더불어 새롭게 계획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휘발성 지식을 재정비하고,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나에게 있어 '주입식 교육의 최대 피해 분야'라고 볼 수 있는 '역사'에서 떼 보기로 한다. 재미가 없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접어버릴 것이 뻔하기에 일단 흥미 유발로 시동을 건다. 운 좋게 자주 가는 동네 도서관에서 단서를 찾았다. 내용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가 무료다. 첫 강연은 시작되었고, 두 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그 시절에도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그분들이 어떻게,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파헤치는 것은 이제 내 몫이다.

인생의 굵직한 선택 앞에서, 매번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던 나를 겨냥한 맞춤형 숙제가 주어졌다. 남은 세 번의 강연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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