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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Feb 07. 2020

치앙마이 5일 차, 밤에 동물을 본다는 것

치앙마이에서 일주일 머물기



 치앙마이 버쌍, 케렌시아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향한 곳은 실크 빌리지였다. 아예 몰랐던 곳이라 예정에 없었는데 (내가 실크에 관심 있어 하자) 카페 사장님이 카페 근방에 실크 빌리지라는 곳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차를 한 10분 정도 타고, 한적한 풍경을 가진 동네에 자리한 실크 빌리지에 내렸다.



 입구의 좌측은 다양한 실크 제품을 팔고 있었고, 우측은 실크가 제조되는 것을 보면서 간단한 체험을 해보는 곳이었다. 흰색의 천을 가지고 자기만의 머플러를 직접 염색해보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100% 실크, 실크와 면이 반반 섞인 것, 100%면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실크 함유율이 높을수록 비싸다. 하나하나 만져보는데 개인적으로 실크와 면이 섞인 천의 촉감이 가장 좋았다. 10분 정도면 끝나는 간단한 체험인 데다가 직원이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 주기에 해보기로 했다. 색상은 핑크로 골라 한창 하고 있는데 프랑스 관광객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단체로 입장했다. 하필 그들이 내가 체험할 때 들어와 내가 만드는 과정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다 사진을 찍어댔다.  갑자기 구경거리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쳐다보는 그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나도 그냥 진지한 체험 모델이 될 수밖에 없었다. 5분 정도의 체험이 끝나고, 머플러가 마르는데 시간이 걸리니 좀 있다 찾으러 오란다.

나중에 완성품을 확인하니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실상 직원분이 거의 해주신 거지만) 어쨌든 내가 만든 머플러라 뿌듯했다




이번에는 만들어진 실크 상품을 볼 차례다.


태국의 실크는 유명하다. 방콕에 처음 방문했을 때도 타이 실크의 대표 브랜드인 짐 톰슨 하우스에 방문했었다. 치앙마이에서도 최고급 실크가 생산된다고 한다. 매장에 들어서니 실크로 만든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나와 엄마를 위한 스카프를 구입했다. 엄마에게 선물할 거라고 직원 추천을 받았는데 아주 맘에 들었다. 실크 빌리지는 패키지여행 코스 중 하나로 보일법한 전형적인 곳이었는데 아시아 관광객보다는 유럽 단체 관광객들만 보여서 신선했다.






 버쌍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5일 차인 오늘은 호텔을 옮기는 날이기도 하다. 올드타운 쪽에서 머물다 이번에는 님만 해민 쪽에서 머물기로 한다. 두 번째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호텔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점심 겸 저녁식사를 했다.  솜땀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라는데, 똠양꿍도 맛있었다. 냉방병에 걸린 건지 여행 중반부터 콧물이 나고 몸이 으슬으슬했는데 실로 나를 위한 음식이었다.



치앙마이 5일 차 두 번째 일정으로 계획했던 것은 나이트 사파리다. 치앙마이 나이트 사파리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성된 곳으로 아시아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사파리 체험이었다. 자연농원... 아니  에버랜드의 사파리 이후 두 번째다. 

밤에 보는 사파리는 처음이기에 기대가 되었다.


 나이트 사파리 역시 시내에서는 살짝 거리가 있어 데이투어를 신청했다. 치앙마이 데이투어는 대부분 호텔까지 픽업을 하러 와 편리한데 웬일인지 차가 약속시간보다 늦어 발을 동동 거리며 기다렸다. 다행히 픽업차량이 나타났고, 치앙마이 나이트 사파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놀이공원 같은 분위기라, 저절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포식자 동물들이 모여있는 사파리 버스타러 들어갔다. 어둡게 천천히 달리다가, 봐야 할 동물 앞에서 차가 멈추면 불이 켜진다.  

 캄캄한 밤에서 시야가 제한되어 있다가 이런 식으로 동물들을 보니 기분이 무척 묘했는데 연극의 암전 같은 것이 집중은 잘되었다. 사파리 차에는 영어로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동승하긴 하는데, 솔직히 무슨 소리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고 동물 이름 정도만 들렸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동물인 사자 그중에서도 백사자가 눈에 보다. 자기를 보든지 말든지 가만히 앉아 자기 장난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시 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졌다.


 이어서 호랑이도 보았는데 호랑이는 사자와 달리 걷고 있었다. 그리고 는 가까이에서 보는 호랑이 walk에 단숨에 매료되었다.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과 고고한 리듬의 발걸음, 저건 연습해서 될 것 같지도 않은데 나도 호랑이처럼 걷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여러 포식자 동물들을 보고, 이번에는 초식 동물들을 보러 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기린이었다. 일단 이렇게 가까이서 기린을 본 적이 없기도 했고 생각보다 커서 놀라기도 했다.

 

 (기린과  사이에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서 다가오는 기린을 보든, 웅크리고 앉아있는 기린을 보든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고 슬펐다.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은 사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나는 기린을 보고 슬퍼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기린과 함께 기억에 남는 건 코끼리 호오옹~소리였다.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이었기에 진짜 저런 소리를 내는구나 해서 웃음이 났다. 코끼리는 생긴 거나 내는 소리나 참 귀여운 동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파리 버스에 동승하는 가이드들은 동물들을 소개할 때 그들의 서식지를 꼭 말해준다. 너희들 모두 나처럼 엉뚱한 곳에서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픈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저 즐기게만 될 줄 알았던 나이트 사파리는 실제로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동물들을 치앙마이에서 이리도 편하게 버스 타고 구경할 일이었나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옆에 있던 사촌 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저 언니 볼 때는 신나게 다 봐놓고 이제와 왜 저래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두 개의 버스를 타고나서 무거운 마음으로 나오는데 가이드가 준 자유시간이 남아 이번에는 나이트 사파리에서 준비한 전통 춤 공연을 보기로 했다. 춤 공연에 이어 차력쇼 같은 불쇼도 이어졌는데 공연을 하는 소년들이 다칠까 봐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다.






 물건으로 경험을 간직하는 나답게 사파리 내 노상에서 아주 작은 기린 인형을 샀다. 기린 때문에 유독 슬펐던 나이트 사파리를 기린 인형과 함께 기억하고 싶었다. 참, 여기는 동물뿐 아니라 별이 정말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공기 나쁜 도시 속에 살고 있는 티를 팍팍 내며, 동물 보는 중간중간 고개를 올려 밤하늘의 별을 실컷 감상다.


 별 하나에 기린과, 별 하나에 코끼리 호오옹 소리, 별 하나에 나이트 사파리에서 느낀 슬픔을 새기며 치앙마이에서 5일 차의 밤을 이렇게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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