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회전목마

by 앤디



평일에는 항상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뜬다. 침대 밑에 놓아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좀 더 꼼지락 거려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핸드폰을 툭 던진다. 두 눈을 감고 몸을 꼼짝 않고 있지만 이미 정신은 들었다. 이내 곧 생각이란 걸 하고, 감정이란 것도 든다.

아, 회사 가기 싫다.
정말 가기 싫다.



최대한 뭉그적거리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한다. 마스크에 묻어나는 게 싫어 요즘에는 화장도 사실상 하지 않는다. 마침 귀찮았는데, 뭔가를 찍어 바를 열의도 없었는데 합리적인 핑계가 생겼다. 강아지 밥과 물을 챙기고, 쓰다듬어주면서 밥 많이 먹고 오늘 하루도 힘내라고 말을 건넨 뒤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을 나온다.

항상 같은 동선을 지나쳐 매번 타는 칸에 서서 전철을 탄다. 음악을 듣거나 멍을 때리거나 핸드폰으로 뭘 좀 읽다 보면 내릴 역이다.

사무실로 가는 길 편의점 앞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마주치는 아저씨가 한 분 있다. 항상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태우시는데 뭔가 중얼중얼하신다. 왜 꼭 저리도 불편한 자세로 담배를 태우실까, 옆에 아무도 없는데 왜 늘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듯한 제스처로 말을 하고 계실까. 아저씨는 무슨 말씀이 그리도 하고 싶으신 걸까. 그러고 보니 머리를 삭발하신 것도 같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물부터 마신다. 졸릴 땐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컴퓨터를 켠다. 내 자리는 창가 쪽이라 창밖도 한 번 바라본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하고 읽다 보면 일할 시간이 된다. 바쁜 날은 말할 것도 없고, 타이트하게 일하지 않는 날도 언제나 오전은 훌쩍 간다. 점심은 보통 햄버거, 삼각김밥, 샌드위치로 돌려 막기를 한다. 거의 혼자 먹지만 동료들이 같이 먹자고 하면 같이 먹기도 한다. 혼자 먹을 땐 주로 뭔가를 읽거나 쓰고, 같이 먹을 땐 상사 뒷담, 회사 생활의 고충, 최신 뉴스, 주말 계획 등에 대해 수다를 떤다.

오후에도 어찌어찌 반복되는 일을 처리하고 중간중간 인터넷을 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된다. 특별히 야근할 일이 없으면 퇴근을 한다. 또 똑같은 동선을 지나쳐 같은 칸에 서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강아지를 불러 쉬를 싸게 하고, 쓰다듬어주면서 우리 강아지 오늘 하루 잘 지냈냐고 말을 건넨다.

집에 와서는 부모님과 혹은 혼자서 저녁을 먹는다. 잠깐 TV를 보고 씻은 다음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공부를 한다.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니니 어디쯤 와있는 건지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그래도 늘 뭔가를 한다.


열심히 해서 이 정도이고,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인 세상에서 넋을 놓았다가는 평생 싫어하는 일만 하다 죽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놀지 않고 뭔가를 했는데 뿌듯함보다는 하면 할수록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걸까. 두려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감당이 안될 정도가 되면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벌써 오늘은 목요일이 되었다.

일주일 중 에너지가 바닥을 치는 날이다.

그리고 내일은 월급날이다.

이렇게 보낸 달의 대가, 영혼 없었던 루틴에 대한 보상을 받는 날이다. 금세 흩어지더라도 따박따박 찾아오는 물리적 위안이 있다는 건 한편 또 얼마나 다행인가.

분명 나는 출근을 했고 남한테 피해 안 주면서 주어진 일을 했고 퇴근을 했다. 그런데도 나는 뭐가 이리도 부끄럽고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으로 태어나 내 입에 들어갈 것부터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참으로 당연한 건데 한편 또 이렇게 먹고사는 것이 맞는 건가 싶은 것이다.

마흔이 다 돼가면 제법 뭐가 또렷이 보일지 알았는데, 좀 더 어린날의 착각이었다. 나의 내일은 이십 대 못지않게 불투명하고 흔들거린다. 그러면서 또 소름 끼칠 정도로 반복된다. 어쨌거나 이렇게 계속 겁먹으면서 나아가다 보면 힌트를 얻고 생각지 못했던 길도 보이고 뭐 그럴 거라 믿고 있다. 니, 꼭 그래야 된다.


소에게 말을 거는 것과 투우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요즘 내가 자 있을 때 가장 많이 중얼거리는 (스페인)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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