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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Dec 08. 2020

왜 회사만 가면 화가 나는가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 나만의 리듬이 있어라고 제아무리 스스로를 다독여도 온갖 것들이 먹히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에는 남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조차 나를 찌르는 것같이 느껴져 이곳저곳에 생채기를 남긴다. 언제부턴가 내 일상에서는 긍정과 희망의 언어가 사라졌다. 억지로라도 훌훌 털고 잘해보자 하는 식의 결론 맺기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제1의 이유를 늘 나에게서 찾고 개선하려 할수록 나의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갔다.






 당연스럽고 안타깝게도 나의 화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무대는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낸 회사였다. 업무능력은 1도 없이 호시절 만나 자리 차지한 월급충들이 상사랍시고 권위를 찾고, 예술하는 회사도 아닌데 가르쳐 준일을 창의적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후배가 지 권리는 귀신같이 찾을 때마다 화가 났다. 어차피 이 물에서  허우적거리기는 매한가지면서 그래도 나는 쟤들 보다는 낫잖아 자위하고 있는 내 모습에는 더 화가 치밀었다. 나는 회사에서 가장 친한 최대리에게 스스로의 증세를 진단하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분노조절장애 같았다. 최대리가 며칠 전에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김대리를 지금 10년 넘게 알고 지내면서 욕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는데 욕을 할 줄 아네 였다. 자랑도 아닌데 나 욕 잘해, 회사 다니면서 사람 구실 하려고 참은 거지 하고 대답했다. 이러다 정말 고삐가 풀려 화를 불러일으킨 당사자 면전에 욕을 내뱉는 욕쟁이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울린 알람을 끄고, 침대에 누워 가기 싫은 회사를 생각했다. 나는 왜  회사만 가면 발작하듯 화가 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회사에서 승진인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는데, 승진 티오에 대해 간접적인 언급이 있은 뒤로 회사 선배들이 나와의 대화 끝에 항상 승진을 언급했다. 김대리 이번에는 꼭 돼야지, 되겠지, 될 거야 등등의 워딩이었다.
설령 말뿐인 인사라 해도 이 말씀을 해주는 분들에게는 진짜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한편, 이렇게 지나가면서 툭 던져진 말들이 나를 어지럽히고 화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승진'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말이다. 고작 두 글자인데 회사에서 저 말이 던져지면 내 안에서 순식간에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올해 말도 안 되게 혼자 승진한 상사, 남자니까 당연히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료, 이게 나를 대리라서 무시하나 자격지심 느끼게 하는 후배,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회사 체계와 여전히 다니는 나에 대한 분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치솟는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12월은 나이 들어서 슬픈 계절인 줄만 알았다. 어떤 회사원에게 12월은 몇 년째 분노의 계절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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