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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May 08. 2022

철 모르는 김대리의 말로


어느덧 2022년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회사에서의 매일은 질릴 정도로 똑같은 날들의 반복이지만, 4개월 전체를 놓고 보면 제법 여러 일들이 있었다.


 1월에는 작년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것(!)을 제거하느라 수술을 했고, 병가를 마치고 복귀한 2월엔 코로나에 걸렸다. 수술 후에는 통증이 있었고, 코로나 격리기간 내내 코로나 증상을 철저히 앓았다. 그렇게 근 두 달을 골골거리는 컨디션으로 2022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상반기에 일이 넘쳐나는 회사의 특성상) 일을 하며 정신없이 지냈다.






 개인적으로 승진 누락자 김대리라는 정체성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관두지 않고 출근을 하는 바람에 짬이 찰대로 찬 승진 누락자가 느껴야만 하는 감정들을 매일 겪고 있다.


  올해 나는 도무지 알 길 없었던(어쩌면 알고 있어도 죽어도 못 맞췄던) 회사의 승진 기준을 노골적으로 던져 주시는 책임자를 만났다. 타이밍상 누가 봐도 일 켜먹기 제일 좋은 잇감은 나이고, 나 역시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기에 이제와 새삼스럽게 승진을 노리는 김대리로 분하게 된 것이다.

 몇 개월을 이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나 역시 이번이 아니면 진짜 대리로 퇴사하겠구나 하는 위기감도 생겼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당해보지 않고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는데, 그걸 면전에 때려 맞은 지금 요란스러운 뒷북 소리 손을 바쁘게 하고 귀를 시끄럽게 한다.  


 나보다 먼저 승진한 동기나 후배들은 더럽다고 뒤에서 욕할지언정 앞에서는 찍소리 하지 않고 윗사람 말을 들었는데, 당근과 채찍이 콜라보된 시그널을 미리 받았겠구나 생각하니 그들의 말과 행동이 왜 그리도 달랐는지 이제야 이해되었다. 예전부터 이런 류의 사회생활에 대해서 지독하게 눈치와 의지가 없던 나로서는 승진 누락의 길을 걷는 것이 참 당연했던 것이다.


 내 머리와 마음이 무슨 계산을 하고 있든, 승진이라는 문턱 앞에서 너라고 별 수 있어?라는 질문에 대답할 별 수가 없다는 것을 처절는 요즘이다. 고히 다져진 조직문화, 그것을 철저하게 학습하고 내면화한 조직원들. 참으로 지혜로우셨던 조상님의 말씀대로 모름지기 절을 떠날 절과 절이 좋은 중들이 아닌  절이 싫은 중뿐이다.


 이렇게 내 위치의 좌표를 찍고 나니 제때 승진을 못하고 있어서 나 혼자 애매해져 버렸구나 느끼 순간 역시 많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책임자의 입장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차 차이가 많이 나는 실무자들의 입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대다수의 책임자들이 받는 돈에 비해 몸과 마음이 편한 (입사 및 재직) 로또 당첨자들인 것도 맞지만, 신입 실무자들이 말하는 '일이 많다'와 '열심히 한다'의 기준이 (라와 너무도 달라) 뜨악스러웠던 적도 여러 번이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늘 소수자의 길을 걸어 고독했는데, 내가 속할 곳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겠구나 싶어 매일의 퇴근길이 허탈하고 쓸쓸하다.


<멍때리며 보게 되는 출, 퇴근길 풍경>


밖은 완연한 봄을 넘어 여름으로 가고 있는데, 내 마음만은 여전히 가을이고 겨울이다.


 이래저래 철 몰랐던, 김대리의 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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