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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을 마시다

투 대리 프로젝트

by 앤디



확실한 무언가가 마련되기 전까지 일단은 찌그러져있자고 매일 출근길 다짐하지만 소리 나는 한숨과 소리 나지 않는 울음이 뒤엉키는 월화수목금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던 중 회사 후배가 카페 두 곳을 추천해주었다. 우리가 사는 곳과 한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들이라, 오며 가며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카페 두 곳 다 특히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둘 중 더 가깝고 끌리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주말에 가면 분명 사람에 치일 것 같아 평일 오후 반차를 내고 두 돌이 지난 조카, 올여름에 둘째 출산을 앞둔 올케와 함께했다.

역시 가장 신난 자는 조카였다.

한국 나이 서른일곱 살이 감히 엄두도 못 낼 에너지를 뿜어내는 한국 나이 세 살.

신난다는 감정과 운동에너지의 '진정성'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의 월화수목금에는 사실상 거의 없거나, 가까스로 담았다가도 늘 와르르 무너졌던 그놈의 '진정성'.

'평일 오후'에 그 실체를 이렇게 마주한 것이 언제였나 싶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할 바에는 차라리 입을 다물거나,

웃지는 못하겠으니 최소한 인상은 쓰지 않는다거나,

열정을 바치는 일 따위는 어도 남한테 피해는 주지 않겠다 등등.

진정성을 지키기 위한 나의 소극적 몸부림에 스스로도 넌덜머리가 났던 건지 평일의 내 모습이 갑자기 마구 떠오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자꾸만 찝찝해졌다.

카페 이름이 진정성이니까 요즘 나에게 부족한 그것을

당 보충하듯 반짝 보충해보자는 지극히 엉뚱하고 우스개 같은 마음으로 간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심각해져 버렸다.

가볍게 갔다가 무겁게 돌아오는 바람에 괜히 후배한테 네 추천은 별로였다고 말했지만, 내 월화수목금의 진정성에 대해 잠시나마 물음을 던져 보았다. 어떤 형식이나 의식처럼 이름이 주는 힘이란 게 있나 보다.






저번 주에는 회사 후배들과 저녁을 먹고 우연히 grow라는 카페를 가게 되었다.

이름을 보면서 아, 이번에는 '성장'인가 싶었다.

뭐 눈에는 참 뭐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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