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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Jul 19. 2019

일요일 브런치 메뉴는 엄마표 비빔국수


가족규칙으로 우리 집 일요일 브런치 메뉴는 비빔국수라고 정한 적은 없지만, 일요일 늦잠 끝에 엄마표 비빔국수를 먹는 것은 우리 가족의 암묵적 룰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주 비빔국수를 먹는 것은 아니고  평균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먹는 것 같다)





 비빔국수에 들어가는 김치는 배추김치나 열무김치고 국수 위 고명은 주로 오동통한 계란지단이다. (온 가족이 고기 러버인 탓에 외식이나 가족 식사메뉴가 육식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한 주간 육식이 좀 과했다 싶은 주엔 비빔국수의 고명이 사각사각한 오이나 쌉싸름한 상추 같은 채소로 대체된다.






 예전부터 나는 엄마가 요리하는 걸 보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의 요리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음식 맛이 일종의 마술 혹은 사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엄마의 요리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고, 흉내 내고 싶어도 흉내 낼 수가 없다. 철저하게 눈대중과 손 대중으로 요리하시는 데다가 그 속도도 엄청 빠르다. 그까짓 거 뭐 대충 이런 느낌적인 느낌으로 간을 맞추거나 순식간에  양념을 제조하는데도 그 끝에 완성된 요리는 (신비롭게도) 항상 맛이 있다.

 반면 어쩌다 한 번 요리하는 나는 철저히 레시피가 지시하는 용량을 따른다. 그러다 보니 (평소 요리를 안 하는 사람 치고) 제법 먹을 만한 요리가 나오는 편인데 애석하게도 그 어떤 감칠맛과 깊은 맛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속도도 엄청 느려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만든 음식을 저녁으로 먹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데 이러다 보니 후딱 하는데 맛도 있는 엄마의 요리를 마술 혹은 사기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는 휘뚜루마뚜루 요리 끝자락에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영 맛을 모르겠다며 꼭 나에게 간을 보라고 하신다. 특히 비빔국수를 만드실 때는 은근히 옆에서 그 타이밍을 기다리는데, 국수와 양념을 버무리신 손으로 몇 가닥 돌돌 말아 내 입에 넣어주시는 순간 이미 알고 있는 그 맛인데 나는 또 감탄하고야 만다.





 엄마는 나이 드니까 미각이 둔해져서 점점 요리가 맛없어지는 것 같다고 걱정하시지만 아직까지는 엄마의 엄살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설사 그 날이 객관적 사실로 온다 해도, 평생 나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일 거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간단한 듯 간단히 맛 내기 쉽지 않은 엄마표 비빔국수다.
이 세상 엄마가 100명이라면 이 세상 100명 자식들의 최고 요리사는 100명다. 그리고 그 최고 요리사는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요리사다.


어느덧 또 주말이 다가왔다.

일요일에 엄마에게 늦은 아침으로 비빔국수를 말아 달라고 해야겠다.
후루-룹. 알고 있는데도 영영 맛있을 그 맛.

엄마의 손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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