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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Jul 22. 2019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느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수다를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둘 다 자주 가는 지역이 아니라서  둘러보다 '괜찮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커피 로스팅 냄새가 훅 밀려왔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아담한 카페라 분위기가 참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무엇보다 '예쁜' 커피잔들이 많아서 친구랑 와 예쁘다 예뻐를 연발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원하는 잔에 커피를 담아 주신다고 하셨다. 커피 원두와 커피잔을 고르고 얼마 후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예쁜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니 일반 잔에 마실 때보다 커피의 향이 (괜히) 더 진하게 느껴졌다. (이 카페는 커피맛 자체도 훌륭했지만) 이래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 건가 싶었다.





 사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평소 나에게 썩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보이는 것 대비 맛없는 음식에 당한 적이 많아서인지, 맛에 자신이 없을 때 겉모양에 유독 신경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나 또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잘 현혹되면서도) 음식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보이는 것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세상이라 그 말에 대한 묘한 거부감과 반발심도 있었다.

 그런데 예쁜 커피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내용이 알찬 후에는 겉모양까지 신경 쓰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쁘고 빠른 세상의 현대인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보기 좋은 무언가는 분명 큰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보기 좋다는 이유로 옵션의 범위로 쉽게 진입하고,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선택되기도 한다. (물론 내용이 알차지 않으면 그 이후의 선택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보이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문제지만 분명 내가 발 딛는 현실에서 '보이는 것'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 것 같다.

 내실을 다지기에도 참 벅찬데, 보이는 것도 중요한 세상이니 목요일 오후의 피로도 같은 피곤함이 밀려온다.
게다가 (얄미울 정도로) 둘 다 잘 해내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도 많은 건지.

 안 그래도 요즘 너무 스스로를 방치한 것 같은 자격지심이 있었는데, 예쁜 커피잔을 보고 푸욱 찔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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