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느꼈을 때

by 앤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수다를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둘 다 자주 가는 지역이 아니라서 둘러보다 '괜찮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커피 로스팅 냄새가 훅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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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아담한 카페라 분위기가 참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무엇보다 '예쁜' 커피잔들이 많아서 친구랑 와 예쁘다 예뻐를 연발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원하는 잔에 커피를 담아 주신다고 하셨다. 커피 원두와 커피잔을 고르고 얼마 후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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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니 일반 잔에 마실 때보다 커피의 향이 (괜히) 더 진하게 느껴졌다. (이 카페는 커피맛 자체도 훌륭했지만) 이래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 건가 싶었다.





사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평소 나에게 썩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보이는 것 대비 맛없는 음식에 당한 적이 많아서인지, 맛에 자신이 없을 때 겉모양에 유독 신경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나 또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잘 현혹되면서도) 음식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보이는 것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세상이라 그 말에 대한 묘한 거부감과 반발심도 있었다.

그런데 예쁜 커피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내용이 알찬 후에는 겉모양까지 신경 쓰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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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빠른 세상의 현대인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보기 좋은 무언가는 분명 큰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보기 좋다는 이유로 옵션의 범위로 쉽게 진입하고,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선택되기도 한다. (물론 내용이 알차지 않으면 그 이후의 선택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보이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문제지만 분명 내가 발 딛는 현실에서 '보이는 것'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 것 같다.

내실을 다지기에도 참 벅찬데, 보이는 것도 중요한 세상이니 목요일 오후의 피로도 같은 피곤함이 밀려온다.
게다가 (얄미울 정도로) 둘 다 잘 해내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도 많은 건지.

안 그래도 요즘 너무 스스로를 방치한 것 같은 자격지심이 있었는데, 예쁜 커피잔을 보고 푸욱 찔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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