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친구들마다 내게 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졌어'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일수록 이 리액션이 유독 큰 편인데 며칠 전 (몇 년 만에) 본 친구는 내게 얼굴에 뭐(?) 했냐는 말까지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학적으로 뭐를 한 것은 없다. 그렇다고 도파민을 방출하는 연애감정이 든 일도 없었고, 일상 스트레스가 (더 심하면 심했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운동을 싫어해서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한 적도 없고, 본래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 잠을 많이 잔 것도 아니다.
다수의 친구들이 그런 걸 봐선 단순한 인사치레 같진 않고, 친구들의 캐릭터상 입 발린 소리에는 하나같이 재주가 없기 때문에 (피부가 좋아져 버린) 그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한 번 해보았다.
우선 선천적으로 피부가 좋은 편이 아닌 데다, 나의 예전 피부 상태가 처참했던 것에 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러니 피부가 개선된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라도 피부를 위해서 예전과 다르게 한 것을 찾자면 바로 1일 1팩이다. 거의 매일, 퇴근해서 TV 보는 시간 동안 (다시 씻을 필요 없어 간편한) 마스크 시트 팩을 붙이고 있다.
그저 팩 하나 올렸을 뿐인데 스스로 뭔가 관리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고, 팩을 붙이고 누워있는 동안은 무념무상이 되어 개인적으로는 큰 힐링이 된다. 그래서 이것을 실천한 뒤부터 가성비 좋은 마스크 시트팩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쓰고 있다.
특히 일정 시간 지나고, 팩을 떼어낼 때는 특별한 의식을 치르는 듯한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하루 종일 가면을 쓰고 있었던 내 얼굴에게 수고했다 하는 한편, 팩을 떼는 순간 집 밖에서 뒤집어쓰고 있던 가면도 같이 벗어던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회사에서 내 표정은 굳이 거울로 보지 않아도 나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웃는 표정이든 무표정이든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원래 내 것이 아니다.
월급쟁이로서, 조직원으로서 뭔가를 안 들키려고 최대한 발버둥 쳐 빚어낸 최소한의 표정이라 하면 맞는 설명인 걸까.
오늘도 마스크 시트팩을 뜯는다.
팩으로도 소용없는 날이 와버리기 전에, 진짜 내 표정을 잊어버리기 전에 더 바지런히 뭐(?)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