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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ug 07. 2019

사랑은 죽지 않아



 Rock Festival의 계절이 돌아왔다. 나의 첫 록 페스티벌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나는 파이팅 넘치게 3일 권을 끊어놓고, 이틀간 지산과 인천을 왔다 갔다 했다. 마침 그때는 차를 산지도 얼마 안 되어서 막힌 길을 운전해도 콧노래가 나오던 때라 참으로 시의 적절한 때였다. (예나 지금이나) 워낙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그 어떤 Rock spirit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12년의 나는 기필코 지산에 가야만 했는데, 그때 지산에 Radiohead가 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Radiohead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어떤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Radiohead 노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가 홀연히 마음을 뺏기게 되었다. 가사의 뜻 전혀 모르겠는데 (아주 짧은 소절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쿵 내려앉았다. 

여기서 어떤 영화는 씨클로였고, 어떤 노래는 Creep이었다.

 Creep이란 곡은 어느 때, 어느 장 나를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백번을 들어도 한 결 같이 나를 몰입하게 한다. 나중에 가사를 찾아보고 나서는 이곡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Radiohead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기 위해 티켓을 끊으면서 걱정되었던 단 한 가지 사실은 그들이 공연에서 절대 Creep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결심의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 못하면서,  단순한 심으로 (대한민국에 왔으니 대한민국 팬들을 위해) 설마 불러주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그날 Radiohead의 Creep 끝끝내 들을 수 없었다. 물론 무대 자체는 다른 곡들 만으충만하고도 남음이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그런데 그 날 뜻밖의 무대에서 Creep을 들었는데 피터팬 컴플렉스(이 그룹의 노래 또한 상당히 좋아함)의 보컬이 Radiohead는 어차피 Creep을 부르지 않을 거라며 대신 Creep을 불러주었다. 그 발상이 재밌기도 하고 그 마음이 고마워 그저 감사히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나는 Muse와 Limp Bizkit에 홀려 한 카드사가 주최하는 공연 2일권을 끊게 된다. 이번에는 잠실에 숙소까지 잡아서 (지금은 올케가 된) 남동생 여자 친구와 함께 시티 브레이크를 즐기었다. Muse의 노래야 말할 것도 없고, 그때의 나는 특히 Limp Bizkit의 Gold Cobra에 심취해있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꼭 라이브로 듣고 싶었는데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정말 애태우며 기다렸다...) 결국 이 노래도 라이브로 듣지 못하였다. 대신 한국 팬들의 어마 무시한 떼창을 직접 보면서, 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한국인의 흥에 큰 자긍심을 느꼈다. 과장이 아니라 그날 한국 팬들 덕에 Limp Bizkit의 텐션도 한껏 업 돼보였다.




 록 페스티벌의 치명적인  유명 밴드의 라이브 공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도 분위기도 모두 뜨거운 그 열기 속에서 몰랐던 뮤지션들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록 덕후들에겐 이미 알려져 있고 나만 몰랐을 가능성이 농후 하지만) 페스티벌에서 새롭게 꽂히는 밴드들을 만나면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양 그렇게 기분이 좋다. 실제로 7년 전, 지산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인디밴드 그날 바입덕 하여 CD를 구입하고, 단독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교적 나의 구역에서 벌어지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이번 주 금요일까지 면 세 번째 참여다. 아무래도 접근성 좋고 할인 혜택까지 있어서 제일 많이 가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삼십 대 초반과 달리) 단 하루 만에도 극심한 피로감을 끼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다.


 가 가는 금요일, 페스티벌 첫날에 가장 기대되는 라인업은 김종서와 YB(왠지 모르게 세대가 느껴지는 기대감...)

그리고 메인 스테이지 피날레 장식하는 The Fray 다. 원래 알고 있었던 Love don't die 노래부터 집중적으로 예습 중인데 라이브를 보고 나면 입덕 할 것 같은 예감이 아주 강하게 든다.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툭툭 던졌던 Creep 마냥  노래 가사부터 상당히 맘에 들기 때문이다.


사랑은 죽지 않아 우리가 어딜 가더라도


 진짜 이번만큼은 내가 노리는 곡들을 꼭 라이브로 들을 수 있길,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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