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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진 Dec 23. 2021

잠수

2020-11-13


난 자기연민에 빠지는 걸 혐오한다

그리고 나는 꽤나 자주 자기연민 속에 갇힌다


숨 쉴 방법을 알면서도

조용히 숨이 멈추길 기다린다


수영하는 법을 알면서도 

가라앉는다


분명히 나는 변했는데

파도는 그치지 않는다


범람하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지도 않는다


가라앉는 나에 취해있는 것만큼 역겨운 것도 없다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터널을 지나는 중에 물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터널을 지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입구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


나는 불 하나 없이

잠옷만 걸친 채

길 위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나가길 기도하며 숨을 참는 것보다는

헤엄을 쳐 얼른 나가는 것이 낫다는 건 명백하다

천치가 아니라면 누가 모르겠는가


가라앉고 가라앉고 가라앉고 바닥에 닿으면

발을 구르고 위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수영하는 법을 잊고

아래로

아래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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