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dogs, 5 cats, and a parrot
실리콘밸리 창업 1.5년 차 - 화면 앞으로 검고 긴 짐승의 꼬리가 주인의 턱을 훑고 지나간다. 다 같이 배꼽 잡고 웃을 땐 앵무새 한 마리가 뒤에서 자지러지는 소리로 같이 웃는다. 택배가 왔는지 개가 짖는다. 이 모든 게 세일즈 팀 미팅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원격으로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접속한 우리의 미팅에는 사람 4명, 개 2마리, 고양이 5마리, 앵무새가 함께 한다. 매일 거절과 승리를 맛보는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에 있는 이 팀은 반려 동물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 그래서 나는 세일즈팀이 미팅 때마다 반려동물과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도록 첫 미팅 때 나의 댕댕이를 먼저 소개하였다.
미국에서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큰 조건을 무엇일까? 급여도 중요하나 혜택 중 가장 큰 것은 의료보험이다. 의료보험이 없이 미국에서 산다는 건 큰 도박이다. 앰뷸런스라도 한번 타게 되면 한화로 몇백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직장을 선택할 때 의료보험이 얼마나 좋은지, 배우자와 가족을 지원해주는지 등의 요건이 급여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리고 밀레니얼들에게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는 근무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무실의 반려동물 정책(pet policy)이다. 메이저 한 잡지에서 매년 pet-friendly 기업 랭킹을 발표하기도 하며 기업들은 이를 적극 홍보해 좋은 인재들을 끌어들인다. 부동의 dog-friendliest company 1위를 지키는 곳이 있는데 바로 아마존 시애틀 본사 사무실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세일즈포스, 위워크, 구글, 글라스도어, 아사나, Figma 등의 테크 기업들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고 자녀 계획을 점점 미루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pet-friendly 한 직장은 필요조건일지도 모른다.
반려동물 사무실 동반, 유치원 지원, 입양 또는 사망 시 유급 휴가 제공, 보험비 지원 등 pet policy와 혜택 (perks)은 매우 다양하다.
회사의 Pet policy에 대한 영어 표현을 살펴보자.
Could you tell me about the office pet policy?
반려 동물 관련한 정책 관련해서 알려주실 있을까요?
I would like to bring my dog to work tomorrow.
내일 출근할 때 반려견을 데려오고 싶어요~
Feel free to bring your dog to work at any time.
반려견은 아무 때나 데려와도 됩니다.
The details on the perks are in this brochure.
자세한 혜택은 여기 브로셔에 있어요.
<Dog-Friendliest Office 1위 아마존>
시애틀 본사 사무실에는 7천여 마리의 반려견이 출근한다. 반려견과의 출퇴근은 아마존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한다. 이런 정책을 적극 도입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직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서라고 한다.
이 전통은 초창기 아마존 시절 한 부부가 매일 Rufus라는 웰시 코기를 회사에 데려오면서 시작되었는데 직원들은 Rufus의 발바닥을 빌려 마우스를 클릭해 아마존의 새로운 서비스를 론치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Rufus에 대한 기억은 사진과 아마존 캠퍼스의 건물 이름으로 남아있다.
그 뒤로 수천 마리의 반려견들이 Rufus의 뒤를 따라 아마존 사무실에 와 주인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아마존 사이트를 검색하다 404 페이지를 발견하면 사무실 반려견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Amazon.com 뒤에 아무거나 써서 주소창에 넣어보자. 그리고 리프레시를 하면 사무실 반려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원하는 페이지는 못 찾았어도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