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이야기

느헤미야 8장 3절

by 리오라

맑고 상쾌한 아침이었어요. 밤사이 내린 단비 덕분에 기드론 골짜기엔 오랜만에 물소리가 철철 흘렀고, 나무들은 더 푸르러졌어요. 그리고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들은 해님이 비추자 옥구슬처럼 반짝였어요. 그런데 아침부터 감람산 너머 아래쪽 길로 사람들이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모두 어디론가 바삐 가는 모습이었어요.


사람들이 모여든 곳은 성벽 수문 앞 광장이었어요. 거기엔 특별히 나무로 만든 높은 강단 하나가 똑바로 놓여 있었어요.

“다들 엄청 목말라 보이네. 성전 짓느라 지친 건지, 여기가 수문 앞이라 그런 건지… 기혼 샘에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면 좋겠어.” 수문 앞 광장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중얼거렸어요.

“52일 만에 그렇게 큰 성벽을 다시 쌓았으니 얼마나 지쳤겠어. 나라면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나오는 건 꿈도 못 꿨지.” 가운데 놓인 나무 강단도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그런데 오늘이 7월 1일이라서 이렇게 많이 모인 건가?”

“맞아. 나팔절이잖아. 이 사람들 달력으론 새해 첫날이거든. 게다가 열흘 뒤엔 대속죄일이고… 겸사겸사 모인 거지.” 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그렇긴 한데, 사람들이 눈빛이 좀 이상하지 않아? 뭔가 더 중요한 걸 기다리는 것 같은데…?” 강단이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며 말했어요.


그때였어요. 제사장 에스라가 강단 위로 올라왔어요. 양옆에는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섰고요.

“오른쪽엔 맛디댜, 스마, 아나야, 우리아, 힐기야, 마아세야. 왼쪽엔 브다야, 미사엘, 말기야, 하숨, 하스밧다나, 스가랴, 그리고 므술람....” 광장이 조용히 읊조렸어요.

그리고 에스라가 하나님의 책을 펴자마자,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가 하나님을 찬양하자 사람들도 두 손을 들고 소리쳤죠. “아멘! 아멘!” 그러고는 얼굴을 땅에 대고 하나님께 절을 했죠.

“정말 소리가 크다. 진짜 깜짝 놀랐어. 몸이 찌릿찌릿 떨릴 정도였달까?” 강단이 놀라 속삭였어요.

“나도 심장이 두근두근했어. 근데 아직 설교는 안 하고 있네. 뭔가 읽으려고 해.” 광장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지요.


정말이었어요. 사람들이 에스라에게 율법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고, 에스라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어요. 해가 높이 떴는데도 멈추지 않았고, 무려 여섯 시간이나 계속되었어요. 광장도 강단도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요. 오직 울려 퍼지는 건 에스라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조용한 숨소리뿐이었어요.


정말 신기해. 사람들이 마치 말씀을 물처럼 마시는 것 같아.” 광장이 신기한 듯 말했어요.

“말씀이 그렇게 목말랐던 거야…” 강단이 고개를 끄덕였지요.

사람들 사이엔 레위인들도 있었어요. 그들은 율법의 뜻을 설명하며 사람들에게 하나씩 알려주었어요.

“다른 나라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이라 히브리어는 잘 못 알아들었겠지. 이렇게 풀어 설명해 주니 얼마나 좋을까?” 강단이 말하자, 광장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왜… 왜 우는 거야?” 강단이 깜짝 놀라 물었어요.

“말씀을 듣다 보니, 자기들이 얼마나 죄인인지 알게 된 거야. 하나님 앞에서 용서해 달라고 회개하는 거지.” 광장의 눈시울도 벌게졌어요. 눈물이 뚝 떨어졌어요.


그때 에스라가 책 읽기를 멈췄고, 느헤미야 총독과 함께 사람들을 위로했어요.

“오늘은 거룩한 날이니 울지 마세요! 기뻐하세요!”

그러자 강단이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이러다 여기 눈물바다 되겠어. 내가 둥둥 떠다니면 어쩌려고?”

광장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건 곤란하지! 이 넓은 데서 너 혼자 떠다니게 할 순 없지!”


그 후 느헤미야는 말했어요.

“집에 가서 잔치를 열고, 못 가진 사람들과도 나누세요! 여호와로 인해 기뻐하는 것이 여러분의 힘입니다!”

“기뻐하는 게 힘이라니…?”

강단이 중얼거리자, 광장이 조용히 대답했어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기뻐지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는 거 아닐까? 저 사람들 얼굴 좀 봐. 눈이 반짝이잖아!”


그다음 날, 각 집안의 어른들과 제사장들, 레위인들이 다시 에스라를 찾아갔어요. 율법책을 보다가 ‘초막절’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시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또 모여? 이번엔 뭐 하려는 거지?”

“저거 봐! 나뭇가지들 들고 있어. 다들 초막을 지으려나 봐. 여호수아 시대 이후로 가장 성대하게 지킨대!”

“편한 집 놔두고 저기서 자려는 거야? 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40년간 지낼 때, 하나님이 어떻게 지켜주셨는지 기억하는 날 이래. 약속을 기억하는 축제인 거지.”


그때 에스라가 다시 율법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일주일 내내 계속되었어요. 그리고 여덟째 날, 모두가 모여 다시 예배를 드렸어요.

그날, 광장과 나무 강단은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어요.

“일주일 동안 불편하게 지냈는데도, 눈빛이 더 맑아졌어! 살아 있는 물을 마신 사람들처럼 말이야!”

강단이 감탄하며 말했어요.

“응, 기혼 샘보다도 더 깊고 맑은 생수였지.
하나님의 말씀이 이렇게 사람을 살리는구나.”

광장이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어요.


[느헤미야 8장 3절] 수문 앞 광장에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남자나 여자나 알아들을 만한 모든 사람 앞에서 읽으매 뭇 백성이 그 율법책에 귀를 기울였는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