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5장 24절
마을 어귀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음악 소리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어떤 이들은 벌써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돌아온 아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쑥덕였어요. 마당 한쪽에선 제일 살진 송아지를 잡느라 분주했고, 집 안에는 반짝이는 장식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답니다. 흔한 마을 잔치가 아니라 마치 왕이 돌아온 것처럼 온 동네가 떠들썩했죠. 하지만 그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바로 그 아들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짝이는 가락지였어요.
“주인님 눈에는 지금은 아들밖에 안 보이나 봐. 아들을 다시 찾았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꾸 자랑하셔.” 가락지가 빛나는 얼굴로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밖에서 쥐엄 열매 같은 것만 먹었을 텐데, 이렇게 허겁지겁 먹다간 체하겠어.” 새 옷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들을 지켜보았죠.
“근데… 진짜 우리 주인님 아들이 맞아?” 가락지가 의심스럽게 얼굴을 올려다보며 속삭였어요.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이상하긴 한데…" 새 옷이 조용히 말했어요.
“전에 이 둘째 아들이 유산을 미리 받아서 집을 나갔다고 들었는데.”
“맞아. 흥청망청 돈을 썼고, 그 나라에 큰 흉년이 들어서 결국 아무 일이나 해야 했대. 그러다 돼지 치는 일까지 하게 됐다고 하더니 그 냄새인가 봐.”
가락지는 아들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으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주인님이 날 자주 꺼내 보실 땐 늘 한숨을 쉬셨는데… 창밖만 뚫어지게 바라보실 땐 누굴 기다리시는 걸까 싶었지. 설마 그 아들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마지막엔 그렇게 모진 말을 하고 떠났으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 멀리서 아들이 보이자마자 주인님이 그대로 달려 나가셨대. 아무 말도 못 하게 껴안고 입을 맞추셨다지 뭐야. 그 얘길 들으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그래도 아들은 자신을 아들이라 부르지 말고 품꾼으로 여겨달라고 했대. 양심은 있더라고. 결국 돌아올 곳은 아버지 집뿐이라는 걸 깨달은 거지.” 가락지는 조용히 말했어요. 잠시 뜸을 들이던 가락지는 다시 말을 이었어요.
“솔직히 말해도 돼? 난 좀 놀랐어. 나 같은 반지는 아무 손에나 끼울 수 없잖아. 그런데 저렇게 지저분하고 몰골이 말도 아닌 사람 손에 날 끼우다니… 처음엔 깜짝 놀랐어.”
“나도 그래. 종들이 나를 꺼내 아들에게 입힐 땐 정말 당황했어. 옷장에서 나올 때 엄청 기대했는데 말이야. 근데 주인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으셨어.”
“또다시 나갈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설령 그래도 또 기다리실 것 같아. 그게 진짜 사랑 아닐까?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사랑이야.”
그때 마당 한쪽에서 조용히 수군대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입을 다물었어요. 아들의 곁에 앉아 먹을 것을 챙기고, 등을 다독이며 웃는 아버지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웠거든요.
“근데… 저기 큰아들은 왜 저렇게 얼굴이 굳어 있지?” 가락지가 대문 쪽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어요.
“어? 지금 밭에 있는 거 아니야?”
“방금 돌아왔어. 근데 종한테 무슨 얘기를 듣더니 얼굴이 확 굳었어. 아버지께 뭐라고 하면서 화까지 내잖아.”
“동생이 돌아왔는데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지? 자기는 한 번도 잔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소리치네.”
“아버지와 함께 지냈으면서도 아버지 마음을 몰랐나 봐.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동생을 먼저 찾으러 나갔겠지. 이 집의 모든 게 자기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가락지는 혀를 차며 말했어요.
“아무튼 아저씨가 이렇게 행복해하시는 모습은 처음이야. 늘 얼굴 한쪽에 그늘이 있었는데 활짝 걷혔어.”
그러자 가락지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럼 나도 며칠쯤 사라졌다가 슬쩍 돌아와 볼까? 이렇게 어마어마한 잔치 열어주실지도 모르잖아.”
가락지의 말에 새 옷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누가복음 15장 24절]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그들이 즐거워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