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이야기

요한복음 2장 15-16절

by 리오라

성전은 그날을 잊을 수 없었어요.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그날의 기억은 씻겨 나가지 않았지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또렷해졌어요.

덜컥거리는 발걸음으로 들어오던 소들, 겁먹은 눈망울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양들, 손에서 빠져나가 퍼덕이며 날아오르던 비둘기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돈을 바꾸며 시끌벅적하던 사람들까지…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성전은 전혀 다른 소리로 가득 찼어요. 채찍이 바닥과 상을 내리치는 무서운 소리, 놀라 도망치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뒤엎어진 상에서 바닥에 쏟아지는 동전들, 그리고 놀란 사람들의 비명과 발소리. 그 가운데 울리던 단단한 목소리 하나가 있었어요.


“이것들을 여기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그날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떠오를수록, 성전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어요. 그때였어요. 불안한 눈빛의 작은 비둘기 한 마리가 성전 기둥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어요.

“친구들은 괜찮아? 다치진 않았고?” 성전이 걱정스레 물었어요.

“휴, 큰일 날 뻔했지. 다행히 재빨리 날아가서 채찍은 피했어. 조금만 더 꾸물거렸으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거야.” 비둘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어요.

“근데, 양이나 소들은 많이 맞았을 거야. 예수님이 그렇게 갑자기 들어오실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성전은 그 장면이 떠오르자 몸을 살짝 떨었어요.


“해마다 유월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나한테 몰려왔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불안했어. 양이랑 소들도 주인들이 억지로 끌고 와서 들어오긴 하지만, 늘 가시방석 위에 있는 것 같다고 했지. 여긴 원래 그런 동물들이 들어올 곳이 아닌데 말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 장사를 하고, 돈을 바꾸고… 난 깜짝 놀랐어. 나, 그래도 성전인데, 어느새 시장이 되어버린 것 같았단 말이야.”

“맞아. 나도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땐 좀 어색했어. 그런데 다들 그러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 사실 나도 몸이 약해서 팔리지 않아서, 여기서 오래 있었거든. 그래서 그동안 별일 다 봤지.”

“나는… 장사꾼들뿐 아니라 대제사장이나 귀족들이 몰래 나쁜 짓 하는 것도 많이 봤어. 겉으론 거룩한 척해도, 속은 엉망이었어.” 성전은 말끝을 흐리며 비둘기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근데 예수님이 그렇게 화내실 줄은 정말 몰랐어.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고, 상도 다 엎으시고… 평소엔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고, 아이들까지 좋아하던 분이셨는데.” 비둘기가 조심스레 말했어요.

“난 본래 하나님께 기도하고 제사드리는 곳으로 만들어졌거든. 그런 나를 시장처럼 만들고, 더러운 속임수로 가득 채우면… 예수님도 화나실 수밖에 없지.”

“그런데, 예수님이 ‘내 아버지의 집’이라고 말씀하셨잖아? 그럼 정말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거야?” 비둘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맞아. 넌 몰랐구나.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아무리 얘기해도 안 믿거든.”

“유대인들도 예수님께 표적을 보여달라고 계속 말하더라고. 그때 예수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나? 널 헐면 사흘 마에 다시 지을 수 있다고...”

“응, 다들 그 말 듣고 어이없어했지. 내가 지어지는 데만도 46년이 걸렸는데,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니 말도 안 된다고들 했지.”


“근데…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알아?” 비둘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요. 성전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가, 비둘기를 다시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어요.

“그 성전은 나, 이 건물을 말한 게 아니야. 예수님은 자기 몸을 성전이라고 하신 거야.”

“네가 예수님의 몸이라고?” 비둘기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어요.

“쉿! 이건 비밀인데, 너한테만 말해줄게. 예수님은 곧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거야.”

“어머… 그럴 수가. 그분은 다친 사람도 고쳐주시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그렇게 좋은 분인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걸 두려워한 사람들이 많았거든. 대제사장이나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자기들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몰래 모여서 어떻게든 없애려 해. 겉으로는 예수님 말이 이상하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겁을 잔뜩 먹고 있지.”

“그래도… 너무 슬퍼.” 비둘기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시울을 붉혔어요.

“걱정하지 마. 예수님은 죽은 뒤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실 거야. 진짜 새 성전이 되어 돌아오실 거야.” 성전은 살짝 웃으며 비밀을 더 들려주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사흘… 아! 그 말이 그 말이었구나! 사흘 만에 성전을 다시 짓겠다는 게 예수님 자신을 두고 하신 말이었어!” 비둘기는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맞아." 성전은 비둘기의 말을 듣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비둘기의 마음은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어요.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건 꼭 전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비둘기는 날개를 힘껏 펴고, 이 놀라운 비밀을 전하러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답니다.


[요한복음 2장 15-16절]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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