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 이야기

누가복음 2장 11절

by 리오라

캄캄한 밤이었어요. 하늘 가득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지요. 그중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별 하나가 작은 창 너머로 구유를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어요.


“넌 다 봤지?” 구유가 별을 올려다보며 물었어요.

“뭘?” 은 시치미를 뚝 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어요.

“여기에서 태어난 이 아기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여긴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나도 구유 안에 아기가 누워 있는 건 처음 봤어. 근데 아기 부모는 이 동네 사람들이야?” 별은 여전히 모르는 척하며 물었어요.


아기 부모는 이 동네 사람들이야?" 별은 전혀 모른다는 얼굴로 구유에게 다시 물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원래는 갈릴리 나사렛에서 살던 사람들이래. 고향인 여기 베들레헴으로 호적하러 왔는데, 마침 해산할 날이 가까웠던 거야. 근데 방을 못 구해서 이 마구간으로 들어온 거래.” 구유가 조심스레 설명했어요.

“헉, 너도 많이 놀랐겠다!” 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요.

“그럼! 여기서 아기가 태어난 것도 처음인데, 나한테 아기를 눕히는 거 있지? 순간 어안이 벙벙했어. 너도 알다시피 난 말이나 소들의 밥그릇이잖아. 사람이 누울 자리는 아니지. 아무리 씻어도 냄새도 좀 많이 나고….” 구유는 부끄러운 듯 주위를 살피며 속삭였어요.

“맞아, 그런 곳에 아기가 누워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네. 그런데 말이야, 아기 울음소리가 그리 크지도 않았는데 마을 목자들이 이곳을 찾아왔더라?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아기 부모님이랑 아는 사이야?” 별이 물었어요.

“아니야, 천사가 직접 알려줬대.” 구유가 말했어요.

“천사가? 진짜로? 목자들한테?” 별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어요.

“응. 밤에 양을 지키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환해지면서 천사가 나타났대. 그리고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해줄 거라고 했다는 거야. 다윗의 동네에 구주가 태어났다면서 강보에 싸여 나한테 누워있는 아기가 있을 거라고. 그러자 갑자기 수많은 천사들이 하늘에서 나타나 이렇게 찬양했대.”

구유는 그 말을 떠올리며 천천히 읊었어요.

‘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와… 진짜 놀라운 일이네. 그런데 목자들은 양들은 어쩌고 온 걸까? 양은 그들에겐 전부잖아.” 별이 걱정스레 물었어요.

“그치만 이 아기가 더 중요했나 봐. 그들 얼굴을 봤는데,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어.” 구유가 말했어요.

“그나저나 아기 부모님은 목자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을까?”
“그럼! 눈이 휘둥그레졌지. 아기 엄마인 마리아는 목자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조용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어.”

“그럴만하지!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소식이니까!"

"그런데, 이 아기가 정말 그리스도일까?” 구유가 조심스레 물었어요.

"이제까지 뭘 본 거야! 목동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도 모르겠어? 이 아기는 모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선지자이자 왕이자, 제사장으로 이 땅에 오신 분이라고!" 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차서 큰 소리로 말했어요.

“물론 믿는데… 지금 내 안에 누워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래. 그렇게 귀한 분이 이런 작은 마을, 그것도 마구간… 그리고 이렇게 초라한 내 안에 누워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 구유가 말끝을 흐렸어요.


“넌 모르겠지만, 사실 이미 오래전에 미가 선지자가 말했어. 이 작은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을 이끌 목자가 태어날 거라고.” 별이 말했어요.

“정말? 그럼 그 예언이 이루어진 거구나!” 구유의 눈이 반짝였어요.

“그럼! 하나님 말씀이 틀린 거 봤어? 그분의 말씀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루어진다고! 그리고 이제 너는 더는 평범한 구유가 아니야. 이 땅에 오신 왕을 품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구유야.” 별이 반짝이는 빛을 보내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렇네! 난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구유야! 이제 곧 이 아기가 떠날지도 모르는데, 나 대신 네가 하늘에서 잘 지켜봐 줘. 넌 다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이 아기가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 구유가 눈시울을 적시며 말했어요.

“걱정 마. 자주 와서 소식 전해줄게.” 별이 다정하게 대답했어요.


구유는 말없이 강보에 싸인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소중한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답니다.


[누가복음 2장 11절]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름 그릇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