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1장 5절
나는 베다니라는 조용한 마을에 사는 나귀예요. 우리 집안은 대대로 고집이 좀 센 편이라, 사람들 말을 잘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나도 처음엔 말 잘 듣는 나귀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등에 무거운 짐을 한가득 올려놓고, 때로는 채찍까지 휘두르는 사람들을 몇 번 보고 나니까,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우리 가족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힘든 일만 맡게 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 중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아주 오래전, 어떤 나귀는 길에서 여호와의 사자를 보고 엎드렸을 뿐인데, 억울하게 자기 주인에게 지팡이로 두들겨 맞았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저도 다짐했죠. 사람들 말, 절대 쉽게 듣지 않겠다고요. 괜히 만만하게 보였다가는 더 힘들어지니까요.
하지만 나는 어려서 사람을 태워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도 가끔 상상은 해봤죠. 옛날에 어떤 선지자가 말했대요. 언젠가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나타날 거라고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 그렇다면?' 나는 왕을 등에 태우고 당당히 걷는 꿈을 꾸곤 했어요.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금세 풀이 죽었어요. ‘왕이 왜 나같이 작고 힘없는 나귀를 탈까?’ 하고요.
그런데 오늘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아침 햇살이 따뜻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몇 사람이 다가와서 내 몸에 묶여 있던 끈을 푸는 거예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반항할 틈도 없었어요. 다행히도 우리 주인이 나타나서 왜 끈을 푸냐며 앞을 막아섰죠.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 하며 안심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말했어요. “주께서 쓰시겠다 하신다네요.”
뭐라고요? 우리 주인은 바로 앞에 있는데, 또 다른 주인이라니요? 저는 어리둥절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또 일어났어요. 우리 주인이, 아무 말 없이 그들에게 나를 내어주는 거예요.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배신감이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따라나섰어요.
우리는 곧 감람산 가까이에 있는 ‘벳바게’라는 곳에 도착했어요. 거기엔 정말 익숙한 얼굴이 있었어요. 바로 예수님이었죠! 우리 마을에서 죽은 나사로를 다시 살리신 바로 그분이에요. 그 일을 계기로 예수님은 엄청나게 유명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나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내 등에 겉옷을 깔고 예수님을 태웠어요. 억울하게 끌려온 것도 속상한데, 이제는 사람까지 태우다니요! 화가 났지만, 그 순간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예수님이 내 등에 오르시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럽고 따뜻한 힘이 등을 감싸는 거예요. 반항할 수가 없었어요. 오히려 그 힘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한 걸음, 한 걸음, 예루살렘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그러자 사람들은 겉옷을 길에 깔고, 어떤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잘라다가 길에 펼쳤어요.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죠.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나는 너무 놀라서 발을 헛디딜 뻔했어요. 호산나? 구원해 달라는 말 아닌가요? 이스라엘의 왕이라고요? 설마… 제가 지금 태우고 있는 이분이 진짜 왕이라는 건가요? 혹시… 정말 선지자가 말했던 그분일까요?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 달랐어요. 어떤 사람은 그분이 로마를 무찌르고 우리 민족을 구할 거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기적 이야기를 하며 감탄했어요. 물론, 너무 초라한 모습으로 왔다며 실망한 사람도 있었어요. 모두 저를 바라봤지만, 생각은 다들 달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어요. 예수님은 뭔가 달랐어요. 조용히 내 등을 타고 계시지만, 그 따뜻함이 마음 깊이 전해졌거든요. 사람들은 계속 무슨 왕이 새끼 나귀를 타느냐고 수군거렸지만, 나는 눈물이 났어요. 작고 연약한 나를 사용하시다뇨…. 무슨 왕이 이렇게 겸손할 수 있을까요?
나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이분이라면, 우리 가족이 평생 등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도 대신 져주실 수 있을 거야'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까지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내 몸에 닿는 순간 처음으로 느꼈어요.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 아주 크고 따뜻한 사랑을요.
아, 이 세상에 나처럼 행복한 나귀가 또 있을까요….
[마태복음 21장 5절]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