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장 이야기

마가복음 15장 38절

by 리오라

그날 오후 3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였어요. 갑자기 성소 안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찢어졌어요. 그 순간 지성소 안에 있던 법궤가 세상 밖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지요.


그 휘장은 얼마나 크고 두꺼웠는지 몰라요. 높이는 22미터, 너비는 11미터, 두께는 무려 10센티미터나 됐어요. 마치 지성소 문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든든하게 서 있었지요. 1년에 딱 한 번, 오직 대제사장만이 그 문을 열고 지성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괜찮은 거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쩌다 저렇게 두 동강이 났지? 계속 꼼짝도 안 하는 데? 너무 충격받았나 봐.” 성소 안에 있던 등잔대가 휘장이 찢어진 모습을 보고는 불빛을 일렁이며 호들갑을 떨었어요.

“12시부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뭔가 불길하긴 했는데….” 성소에 놓여 있던 이 살짝 몸을 떨며 말했어요.


한편 지성소 안의 법궤는 휘장 사이로 몸을 반쯤 내밀고 조용히 바깥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무도 알 수 없는 깊은 고뇌와 슬픔,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승리와 기쁨이 법궤의 모습에서 함께 느껴졌지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등잔대가 지성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법궤에게 물었어요.

“너도 봤지?”
“응. 나도 놀랐어. 여기서는 1년에 딱 한 번 대제사장이 들어오는 날에만 바깥을 살짝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휘장이 찢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 법궤가 조용히 대답했어요.


“우리도 그동안 향을 피우고 피를 들고 들어오는 대제사장의 뒷모습만 봤지, 너를 이렇게 제대로 본 건 처음이야.”
“그게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받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제사장도 늘 준비를 철저히 했지.”

“그럼… 이제 휘장이 찢어졌으니 우리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거야?” 등잔대가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렇다고 아무나 지성소를 들여다보면 안 되지. 여긴 원래 하나님이 계시는 아주 거룩한 곳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휘장이 찢어진 걸 보면, 이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 솔직히 나도 조금 걱정돼.” 그 말에 상의 목소리도 덜덜 떨렸어요.

“그래서 휘장이 그렇게 두껍고 무거웠던 거구나. 그런데 그런 천이 한순간에 찢어졌다는 건… 혹시 이유를 아는 거야? 앞으로는 지성소에 누구나 들어가도 된다는 뜻일까?” 등잔대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어요.


그때였어요. 찢긴 휘장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입을 열었어요.
“이젠 누구든지 하나님 앞에 나올 수 있어.”

“정말? 그런데 죄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직접 보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 등잔대가 깜짝 놀라며 물었지요.

“그렇지만 예수님 덕분에 이제는 가능해졌어.” 휘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말하는 거지? 사람들이 오늘 돌아가실 거라고 했었는데….”
“맞아. 예수님은 정오쯤 십자가에 달리셨어. 많은 모욕과 조롱을 받으시다가, 오후 3시에 큰 소리를 지르신 후 돌아가셨어. 그리고 그 순간, 바로 내가 쭈욱 찢어진 거야.” 휘장은 담담하게 대답했어요.

“아이구, 너 정말 놀랐겠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등잔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어요.

“아팠어. 예수님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거든. 하지만 이게 사람들의 죄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그럼 이 모든 게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거야?” 상의 목소리는 아주 작고 조심스러웠어요.

“응. 그래서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다 이루었다’고 하신 거야.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이루신 거지. 이제 사람들은 겁내지 않고 하나님 앞에 나올 수 있어. 예수님이 나처럼 몸이 찢기시면서 사람들의 죄를 대신해 피를 흘리셨거든.”


“그럼 앞으로는 대제사장이 동물 피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등잔대가 또 물었어요.

“이젠 안 해도 돼. 예수님이 영원한 대제사장이 되셔서, 자신의 피로 모든 사람의 죄를 깨끗하게 하셨으니까. 이제는 동물 제사가 필요 없고, 예수님을 믿으면 되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꼭 예수님이 그렇게 십자가에서 찢기셔야만 했어?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사람들도 많은데….” 등잔대는 슬픈 얼굴로 물었어요.

“그 일은 죄가 없는 분만 할 수 있었거든. 이 땅에 죄 없는 분은 예수님 한 분뿐이야. 그래서 예전에도 동물 제사를 드릴 때 흠 없는 짐승을 골랐던 거고.”


“그래도 너처럼 멋지고 고귀한 휘장이 이렇게 찢어진 걸 보니까 마음이 안 좋아.” 등잔대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어요.

“그렇지만 난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 그동안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잖아. 너무 답답했어. 그런데 이제 예수님 덕분에 사람들은 자유롭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


그 말을 들은 등잔대와 상, 그리고 법궤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어요.
지금, 거룩한 곳이 열리고, 사랑이 시작된 순간이었어요.


[마가복음 15장 38절]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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