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이야기

요한복음 11장 25-26절

by 리오라

나는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조용한 무덤이에요. 말이 없고 조용해서 그렇지, 난 이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지켜보고 듣고 있어요. 그런데 어제, 이렇게 튼튼한 내가 너무 놀라 무너져 내릴 뻔한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었어요. 말해도 믿기 힘들겠지만… 죽었던 사람이 살아났어요! 벌써 소문이 여기저기 퍼졌으니 의심스러우면 직접 확인해 봐도 좋아요. 나보다 더 마음이 단단한 유대인들도 얼마나 놀랐는지 사방에서 예수님을 믿겠다고 나설 정도라니까요!


나흘 전, 베다니에 살던 자매, 마르다와 마리아가 울먹이며 내게 와서 오빠를 맡기고 갔어요. 함께 왔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걸 들어보니, 나사로가 아플 때 요단강 건너에 계시던 예수님께 급히 사람을 보냈는데, 바로 오시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3킬로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왜 안 오신 거야?”,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왜 모른 척하신 걸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어요.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 여기 오시면 유대인들이 돌로 치려고 했잖아. 너무 위험했지.” 하면서 이해하는 듯했어요. 아무튼 그날, 나사로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를 조용히 받아들였어. 모든 일은 그렇게 끝이 났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은 점점 죽음의 냄새로 가득 찼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냄새가 싫어요. 사람들도 코를 막으며 고개를 돌렸고, 난 그런 모습이 보기 괴로워서 혼자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낯익은 마르다와 마리아, 그리고 예수님까지요. 난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제 와서 뭘 하려고...?’ 그런데 예수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눈가에 눈물 자국이 선명했어요. ‘이렇게 슬펐으면 왜 안 오셨던 걸까? 무슨 큰 뜻이 있었던 걸까?’ 내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졌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예수님이 갑자기 나를 막고 있던 돌을 옮기라고 하시는 거예요! ‘안 돼요! 지금 열면 냄새가 너무 심하단 말이에요!’ 나는 온몸으로 소리쳤지만, 사람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어요. 물론 마르다가 내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며 살짝 내 편을 들어주긴 했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영광을 볼 거라는 예수님의 말을 순순히 따르더라고요.


그리고 예수님이 갑자기 기도를 시작하셨어요. “하나님, 제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 왜 그런 기도를 했을까요? 아무튼 그리고 나한테 온 이유를 말해줬어요. 이 모든 게 모인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게 하기 위해서라나요? 나는 너무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어요. 나사로가 살아 있을 때나 오지, 이렇게 다 끝난 마당에 돌을 옮기는 게 무슨 소용인지. 도대체 사람들이 뭘 보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건지...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원망스럽게 예수님을 쳐다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이 또렷하게 외쳤어요.

“나사로야, 나오너라!”


나는 또 다른 나사로가 있는가 하고 주변을 살폈죠. 근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큰 소리로 외치는 그 얼굴을 보니 내 안에 있는 그 죽은 나사로를 부르는 게 틀림없었어요. 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이 나를 향했답니다.


그때였어.

툭.
움직임이 느껴졌어요.
툭툭.
그리고 진짜로, 나사로가 걸어 나왔지 뭐예요! 손과 발은 헝겊으로 감겨 있었고, 얼굴은 수건으로 덮여 있었지만, 분명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고 멍하니 서 있었어요. 예수님이 다시 명령하셨어요. “풀어 주어 다니게 하라!” 그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얼른 나사로 몸에 감긴 것들을 풀어주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건…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정말로 그가 살아난 거예요!


마리아를 위로하러 왔던 수많은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동시에 위로를 받은 듯했어요.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봤어요. 부활한 나사로처럼 그들의 얼굴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거든요.


그때, 예수님 근처에 있던 두 사람이 나직막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참, 너 며칠 전 누이들 부탁으로 예수님께 나사로가 아프다고 전했었잖아. 그때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나?”
“응, ‘이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일을 통해 영광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지.”
“그땐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네!”
“그러게. 예수님은 죽은 자도 살리는 생명의 주인이셨어. 그를 믿으면, 우리도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이… 정말일지도 몰라! 이 땅에서 죽어도 결국 우리를 다시 살리실 테니까 말이야!”

그들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예수님은 진짜로, 생명을 주시는 분이셨거든요.


[요한복음 11장 25-26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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