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이야기

마태복음 25장 13절

by 리오라

“너희도 그 신랑을 맞으러 나왔니?”

슬기로운 다섯 처녀 쪽의 등 하나가 맞은편 등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어요.

“응, 너희도 나왔구나. 그런데 신랑은 어떤 분일까? 나 너무 설레서 잠도 잘 못 잤어.”

어리석은 다섯 처녀 쪽의 등 하나가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어요.

“그런데 도대체 신랑은 언제 오는 걸까? 오긴 하는 거야? 너희는 시간에 대해 들은 거 없어?” 슬기로운 처녀의 등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어요.

“아니, 우리도 전혀 몰라. 주인들도 피곤한지 다 잠들어서 물어보지 못했어. 나도 지금 너무 졸린데 겨우 참고 있는 거야.”

“언제 오는지 모르고 기다리려니까 더 힘든 것 같아.”


"그런데 그쪽에는 기름통이 보이네?” 그때 어리석은 처녀 쪽 등이 기름통을 가리키며 물었어요.

“응. 너희 주인들은 기름 준비 안 했어?”

“우린 안 했는데. 그냥 우리만 데리고 왔거든. 기름이 떨어진단 생각은 못 한 것 같아. 뭐, 떨어지면 또 사면되니까. 우리 주인들은 원래 준비를 잘 안 하고, 일이 닥치면 그때 처리하는 편이라.”

“아, 우리 주인들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라서 혹시 모른다고 기름통까지 들고 왔어.”

“그랬구나. 그나저나 신랑이 우리 기름이 남아 있을 때 와야 할 텐데….”

두 등은 신랑 모습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졸음을 쫓아주었어요.


그 순간, 멀리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지금 무슨 소리 난 것 같은데? 신랑이 오고 있는 거 같아! 빨리 맞으러 나가야 하는 거 아냐? 우리 주인들도 들었나 봐. 다 일어났어!” 슬기로운 처녀의 등불이 흥분된 얼굴로 말했어요.

“응, 우리 주인들도 준비하기 시작했어. 근데 나 불빛이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지 않아? 저기 내 친구들도 그런 것 같고….”

“응, 기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그런가 봐. 불이 곧 꺼질 것 같아. 한밤중이라 우리가 꼭 필요한데….” 어리석은 처녀의 등은 조바심을 내며 안절부절못했어요.

“어떡해…. 기름을 빌려주고 싶은데, 우리도 써야 해서….”


점점 더 어리석은 처녀 등들은 희미해졌고, 결국 불이 다 꺼지고 말았어요. 그제야 어리석은 처녀들은 헐레벌떡 기름을 사러 달려갔죠. 그리고 그 사이에 신랑이 도착했어요.


“우린 이제 잔치에 들어가는데, 너희도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어.”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는 슬기로운 처녀의 등들은 남은 등들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어요.

“응, 혹시 조금 늦더라도 신랑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줘. 부탁해.”


곧 노랫소리와 함께 잔치가 시작되었고, 환하게 열렸던 문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어요.

“아, 빨리 와야 할 텐데…. 아직 그 친구들이 안 왔단 말이야….” 슬기로운 처녀의 등은 계속 뒤를 돌아보며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리고 결국 큰 소리와 함께 문이 꽝 닫혀버렸어요. 바로 그때, 밖에서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제발! 문 좀 열어줘! 기름을 가득 채웠단 말이야!” 그제야 도착한 어리석은 처녀들과 손에 들린 등들이 울먹이며 소리쳤어요.

그러자 슬기로운 처녀의 등불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했어요.

“이제 문을 열 수가 없어… 그러게 미리 기름을 준비했으면 좋았잖아….”

하지만 어리석은 처녀의 등은 계속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어요.

“신랑한테 잠깐만 열어달라고 부탁해 주면 안 될까? 제발… 우리 주인들이 이렇게 울면서 애원하는 걸 봐서라도, 지금까지 기다린 걸 봐서라도 말이야.”


그 순간 신랑의 목소리가 문밖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렸어요.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는 그날과 그 시각을 알지 못한다.”

어리석은 처녀들과 그들의 등들은 망연자실해서 문밖에 주저앉고 말았답니다.


[마태복음 25장 13절]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날과 그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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