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리 이야기

사도행전 9장 23-25절

by 리오라

“오늘 밤엔 그 배신자를 꼭 잡아야 해!”

횃불을 들고 성문을 지키던 군사들이 조용히 나누는 이야기가 성벽 위까지 들려왔어요.


오늘 낮에 큰 광주리를 들고 이곳에 온 몇몇 사람들은 성벽 위의 숲에 몸을 숨긴 채, 조심스럽게 군사들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헐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밤공기는 꽤나 쌀쌀했지요.

“밧줄 길이는 충분하겠지?”

“걱정 마. 내가 성벽 높이는 잘 아니까. 그리고 광주리도 오늘 다메섹 거리에서 새 걸로 준비했어.”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조용히, 서로의 눈빛만 주고받았지요.


성벽 너머 하늘과 맞닿은 곳엔 희미한 경계선이 보였어요. 어두운 성벽과 연한 하늘빛 사이엔 섞일 수 없는 금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지요. 푸르스름한 하늘엔 손톱처럼 가느다란 초승달이 떠 있었고, 그 달빛 아래에서 조심스레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리고 누군가 재빨리 광주리 안으로 몸을 숨겼어요.


“지금 광주리 안에 누가 탄 거야? 무슨 일이야?” 성벽 조심스레 내려가는 광주리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
“응, 지금 이렇게 나가는 방법밖에 없대. 근데 제발 조용히 좀 해줘.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면 큰일 난단 말이야.” 광주리가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했어요.

“누군데 이 야심한 밤에 광주리를 타고 성을 나가는 거야?”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벽이 금세 또 물었어요.
“정말 몰라? 그 유명한 사울이야. 예전엔 앞장서서 예수님 믿는 사람들 잡으러 다녔는데, 갑자기 예수님을 믿으라고 소리치고 다니는 중이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다 놀랐지. 물론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광주리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아니, 근데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나?”
“다메섹 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비쳤대. 그리고 '왜 나를 박해하느냐'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더라고.”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이래. 같이 가던 사람들도 그 소리는 들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진 않아서, 다들 놀라서 말도 못 했대.”
“우와, 예수님 음성을 직접 들었다니... 진짜 깜짝 놀랐겠네. 소오름이야.”

“그 소리를 들은 다음에 눈은 떴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대. 그래서 사람들 손에 이끌려 다메섹으로 들어갔고,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보고, 먹지도 않았대.”
“근데 지금은 눈이 멀쩡한데? 어떻게 다시 보게 된 거야?” 성벽은 광주리 안을 슬쩍 들여다보며 물었어요.
“예수님이 다메섹에 있는 제자 아나니아에게 ‘직가 거리 유다 집에 있는 사울이 기도하고 있다’고 알려주셨대. 신기한 건, 사울도 기도하면서 아나니아가 와서 자기에게 안수하는 걸 환상으로 봤다는 거야.”
“근데, 사울이 전에는 그렇게 믿는 사람 괴롭혔잖아. 아나니아가 진짜 그 얘기 듣고 바로 갔어?”
“처음엔 걱정했겠지. 하지만 예수님이 사울을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할 사람으로 선택하셨다고 하시니까, 결국 믿고 가서 안수해 줬대.”
“그래서 눈이 다시 보이게 된 거구나!”
“응! 사울 눈에서 비늘 같은 게 떨어지더니, 다시 보이게 됐고, 곧바로 세례도 받고 성령도 받았대.”


성벽은 잠시 말없이 광주리 안의 사람을 바라보았어요.
“근데... 지금은 또 왜 이렇게 몰래 빠져나가는 거야? 잘못한 거라도 있어?”
“눈 뜨고 건강해지자마자 회당에 가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전했대.”
“헉! 사람들이 엄청 놀랐겠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렸으니까.”
“그렇지.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저 사람이 우리를 대제사장에게 넘기려는 거 아냐?’ 하고 의심했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유대인들 앞에서 ‘예수님이 그리스도다’라고 말한 거야. 그래서 다메섹에 있던 유대인들이 화가 단단히 났지.”

“아, 그래서... 지금 유대인들한테 잡혀 죽을까 봐 이렇게 도망치는 거구나?” 성벽은 이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지금 유대인들이 사울을 죽이려고 밤낮으로 성문을 지키고 있거든. 같은 편이었다가 갑자기 예수님 믿는 사람으로 변했으니까 얼마나 배신감이 컸겠어.”
“그래서 제자들이 이렇게 광주리로 탈출시키기로 한 거구나.”

“응, 지금으로선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근데... 정말 신기하다. 하나님을 만나면 사람이 이렇게 확 변할 수도 있구나. 예수님이 물로 포도주도 만드셨다던데, 사람 마음을 바꾸는 건 더 쉬운 일인가 봐.”

“맞아. 사울이 앞으로 이방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사람이 될 거라니까, 얼마나 놀라운 일이 펼쳐질지 기대돼.”
“근데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들은 이걸 쉽게 믿기 어려울 것 같아. 원래는 무서운 사람이었잖아.”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지금은 조심히 잘 내려가서 꼭 탈출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사도행전 9장 23-25절] 여러 날이 지나매 유대인들이 사울 죽이기를 공모하더니 그 계교가 사울에게 알려지니라 그들이 그를 죽이려고 밤낮으로 성문까지 지키거늘 그의 제자들이 밤에 사울을 광주리에 담아 성벽에서 달아 내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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