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초 이야기(19)
며칠 전부터 어디선가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날이 덥고, 괜히 기분이 꿀꿀한 날도 있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을 흘려보냈어요. 그런데 이 집 사람들은 그 소리를 못 듣는 걸까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맙소사… 그동안 봉숭아 언니가 아팠던 모양이에요.
몇 달 전부터 계속 뭔가 불안하다고 했었어요.
나는 그런 언니를 다독이며, 실체 없는 불안은 언젠가 바람처럼 사라진다고 위로했던 기억이 나요.
“봉언니, 무슨 일 있어요?”
“말할 힘도 없어… 햇빛이 더 필요한데, 이렇게 쨍쨍한 날에 집 안에 갇혀 있으려니 너무 힘들어. 계속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우리 창가에 앉아 있잖아요. 이 정도면 햇빛 충분하지 않아요?”
“아니야… 나는 더 필요해. 뭔가 부족해. 불안해… 빛이 더 받아야 해. 더 따뜻했으면 좋겠어.”
그러고 보니 봉언니 머리 위에 하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고, 표정도 몹시 지쳐 있었어요. 뭔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어요. 언니가 말하던 그 ‘불안’이 어느새 내 마음속까지 밀려오는 것 같았어요.
나는 주변에 누가 아프면 조금씩 불안해져요. 우리는 늘, 이 작은 세상 안에서 서로의 운명을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믿어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 일에만 바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 아프다는 건, 어딘가에서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예요. 그리고 그건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이 돼요. 봉언니를 보면서 문득, 나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내가 좀 이기적인가 싶지만요.
하지만 불안이란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나만 생각하게 하게 가둬버리는 이상한 그물 같아요.
밤에 잠도 못 자고,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것이 올라오면 어떡하죠……?
불안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마음속을 파고드는 것 같아요.
봉언니는 가끔 뿌리 쪽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아왔다고 했어요. 나는 그 불안을 덜어주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결국, 언니의 몸은 그 불안에 잠식되어 갔어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사람들도 우리처럼 불안을 느끼며 살까?'
우리는 조금씩 다르긴 해도, 기본적으로 상쾌하지 않으면 불안해져요. 목이 마르거나, 덥거나, 춥거나… 또,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기면 즉, 입양되거나 이사를 오게 되면 한동안 그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아요.
사람들도 그런 걸까요?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더 불안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보고 만지며 위안을 얻고 힐링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우리를 보면 불안이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참, 나에게 사촌 오빠가 있어요. 인간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치료사’죠. 아주 큰 정원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위로받고 간다고 해요. 오빠가 하는 일은 그저 제자리에서 조용히 그들을 맞이해 주는 것뿐이지만, 사람들은 그걸로 충분히 위로받는다고 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어요.
‘제자리를 지킨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구나.’
있어야 할 자리에 묵묵히 머물러 있는 것. 그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더라고요.
어쩌면 인간은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을 떠돌다 보니 불안을 더 많이 느끼는 건지도 몰라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봉언니도 늘 시골의 작은 집 담벼락에서 지내던 때를 이야기했어요. 그때는 참 평화로웠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가끔 이유도 없이 불안하대요. 나는 그 이유가 언니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도, 꽃도,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면 불안해져요.
하지만 멀리 떠나왔다 해도, 그곳에서 머무를 이유를 찾게 된다면, 언니도 아뽀야처럼 불안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그래도 자기 자리를 알고, 그 자리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 불안은 그곳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할 거예요.
늘 문제는 그 ‘사이’에 있어요.
익숙했던 곳과 새로운 곳 사이,
머무르고 싶은 마음과 떠나야 하는 현실 사이.
그 좁은 틈 사이에서 불안은 피어나요.
제자리를 찾아가는 법, 나도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봉언니의 불안도 오늘 내리는 비에 조금은 씻겨 내려가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