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무화과나무(뽕나무) 이야기

요한복음 19장 10절

by 리오라

나는 여리고에 사는 돌무화과나무예요. 여리고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되고, 바다보다도 낮은 땅에 있는 도시죠. 이곳은 물도 많고 날씨도 좋아서 살기 참 좋아요. 게다가 내 옆엔 키 크고 멋진 종려나무 친구들이 쭉쭉 뻗어 있어서, 외로울 틈이 없답니다.


사실 나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열매가 무화과랑 닮아서 사람들은 나를 ‘돌무화과나무’라고 불러요. 친한 친구들은 내 별명을 ‘땅딸막’이라고 하죠. 키는 작지만, 몸통은 단단하고, 잎도 풍성해서 어디서든 잘 자라거든요. 그런데 말이지, 딱 하나 귀찮은 게 있어. 열매가 맺히면 사람들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와서 열매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올리브기름을 발라요. 아프진 않지만 따끔거리고 간지러워서 아주 성가시죠. 그래도 그렇게 해야 열매가 더 맛있게 잘 익는다니까 참을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그보다 더 힘든 게 있어요. 내 아래에서 사람들이 밤낮없이 떠들어대는 통에 통 잠을 잘 수가 없거든요. 이 모든 소란의 시작은, 바로 그날 내 위에 올라왔던 ‘삭개오’ 아저씨 때문이었어요.


삭개오 아저씨는 여리고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에요. 세금을 걷는 세리장인데, 돈 많은 부자예요.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선 인기가 별로 없었어요. 로마 사람들 편을 들며 억지로 세금을 뜯어가니, 다들 뒤에서 손가락질했거든요. 이름은 ‘의롭고 깨끗하다’는 뜻인데, 행동은 정반대였죠.


그런데 요즘엔 사람들 수군거림이 달라졌어요. 어느 날 예루살렘으로 가던 한 사람이 여리고를 지나가게 되었고, 그 사람과 삭개오 아저씨가 만나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그분은 예수님이었어요. 그가 삭개오 아저씨 집에 다녀간 뒤로, 아저씨는 가진 돈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예전에 잘못 걷은 세금은 네 배로 돌려주기 시작했대요. 정말 깜짝 놀랄 일 아닌가요?


그날,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예수님이 여리고를 지나간다는 소문이 퍼지자,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거든요. 삭개오 아저씨도 그들 틈에 있었죠. 키가 작아 앞이 잘 안 보이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결국… 나를 올려다봤지 뭐예요!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저씨가 갑자기 내 몸을 타고 올라온 거예요. 이미 내 위에는 열매에 기름을 바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삭개오 아저씨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올라와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어요. 나는 조금 간지럽고 어색했지만, 예수님이 오는 길이라 바깥을 살피느라 조용히 있었어요.


그러다 드디어 예수님이 내 앞에 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내 잎사귀가 와들와들 떨렸죠. 그런데 그 순간, 그분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삭개오!”

어머나, 어떻게 삭개오 아저씨가 내 위에 있다는 걸 알았을까요?

예수님은 삭개오에게 “빨리 내려오너라. 오늘은 너희 집에 머물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봤죠. ‘죄인의 집에 간다고?’ 하면서 웅성거렸어. 하지만 삭개오 아저씨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얼른 내려와서 그분을 집으로 모셔갔어요. 세상에서 제일 환하게 빛나는 얼굴을 하고요!

그리고 그날 이후, 삭개오 아저씨는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어요. 나도 놀랐지만, 동네 사람들은 더 깜짝 놀랐답니다. 뒷집 아줌마는 얼마 전 삭개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눈물까지 글썽였어요. 사람들이 “이제야 진짜 ‘삭개오’답게 사는구나”라며 기뻐했죠. 그분을 만나고 나서, 그는 돈보다 더 소중한 ‘구원’을 얻었다고 했어요.


그 일을 겪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수님을 만나면 정말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걸까?”

세상에서 제일 안 변할 것 같던 사람이 바뀌는 걸 보면, 예수님에게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내 동생 나무 옆집에 아주 심술궂고 고약한 아줌마가 살아요. 그 아줌마도 예수님을 만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얼른 내 동생한테도 얘기해 줘야겠어요. 예수님이 다시 여리고에 온다면, 그 아줌마도 삭개오처럼 웃을 수 있게 말이에요!

[요한복음 19장 10절]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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