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5장 15절
어느 이른 새벽, 주인은 먼 나라로 떠날 준비를 마치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달란트들을 한참 바라보았어요. 그러고는 종들을 불러서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나누어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없는 동안, 이 돈으로 집안 살림을 잘 돌보아다오.”
달란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설레었어요. 그렇게 주인은 떠났고, 달란트들도 각각 종들의 집으로 흩어졌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 주인이 다시 돌아왔어요. 주인은 종들을 모아 셈을 시작했지요. 그제야 달란트들도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있었어요.
“근데, 너는 어떻게 이 집으로 오게 된 거야?”
열 달란트 중 하나가 조심스레 묻자, 새로 온 한 달란트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응, 난 한동안 땅속에 있었어. 깜깜한 데서 숨도 못 쉬고 지렁이들이랑 살다가, 간신히 나왔지 뭐야. 그러고 나니까 갑자기 이 집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땅속에 있었다고? 너 혹시 씨앗이야?”
달란트들이 깜짝 놀라며 키득거렸어요.
“그럴 리가! 사실은 우리 아저씨가 날 받자마자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아무 말도 없이 땅을 파기 시작했어. 내가 소리쳤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냥 날 땅속에 묻어버렸지 뭐야…”
달란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랐어요.
“그럼, 넌 진짜 무서웠겠다!”
“응, 나도 내가 왜 그런 대접을 받는지 너무 궁금했어. 내가 쓸모없는 건가, 부끄러운 존재인가… 땅속에서 그런 생각만 들었지. 반짝이던 내가 돌멩이처럼 느껴졌어.”
그때, 다섯 달란트가 반짝반짝 웃으며 말했어요.
“우린 완전 반대였어! 우리 아저씨는 주인이 주신 날, 바로 시장으로 데려가셔서 바쁘게 장사를 시작하셨어. 덕분에 우리 다섯은 친구 다섯을 더 데려올 수 있었지!”
“맞아! 옆집 아저씨도 두 달란트 가지고 장사해서 또 두 달란트를 얻었대!”
“그럼 나만 땅 속에 갇혀서 아무 일도 못 했던 거야…?”
흙을 털며 고개를 숙이는 한 달란트를 보며, 달란트들은 살짝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어요.
“근데, 주인님이 돌아오셔서 우리 아저씨한테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하며 엄청 칭찬하셨어!”
“맞아! 우리 아저씨도 같은 말을 들었어. 심지어 ‘적은 일에 충성했으니 더 큰 일을 맡기겠다’고 하셨지!”
“헉, 다섯 달란트도 적은 일이었던 거야?”
“응. 주인님께 중요한 건 달란트의 개수가 아니라, 마음이었던 것 같아. 우리가 주인을 믿고 최선을 다했는지를 보신 거지!”
“그럼 너희 아저씨들은 지금 어디 있어?”
“주인님의 즐거운 잔치에 함께하고 있어! 우리가 받은 기쁨을 나누는 자리래!”
그러자 열 달란트가 궁금한 듯 물었어요.
“그럼, 너는 주인님께 뭐라고 들었어?”
“흠… 우리 아저씨는 주인님께 혼쭐이 났어. 주인을 오해하고,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묻어뒀다더라고.”
“뭐라고 오해했는데?”
“주인님은 아무 수고도 없이 남이 해놓은 걸 거두기만 하신다고 말했어… 듣는 나도 얼굴이 화끈했지 뭐야.”
달란트들은 모두 숨을 죽였어요.
“그러니까 차라리 돈놀이하는 사람에게 맡겨서 이자라도 받지 그랬냐며 불같이 화를 내셨어. 그래서 결국… 우리 아저씨는 바깥 어두운 곳으로 쫓겨났고, 나는 여기로 오게 된 거야. 있는 사람은 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까지 다 뺏겨야 한다면서.”
“아… 그래서 우리가 만난 거구나…”
열 달란트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주인이 다시 올 줄 몰랐던 게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아.”
그 순간, 누군가 조심스레 물었어요.
“근데… 혹시 우리 집에도 언젠가 또 주인님이 오시는 거 아닐까?”
“당연하지!”
모두가 하나처럼 크게 외쳤어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각또각 발소리가 들려왔어요. 문이 열리고 새로운 종이 들어왔어요.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고, 열한 개의 달란트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답니다.
[마태복음 25장 15절] 각각 그 재능대로 한 사람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