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이야기

마가복음 4장 39절

by 리오라

나는 조금은 위험한 곳에서 살고 있어요. 헐몬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과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맞부딪히는 바로 그 자리, 골란고원을 지나 유대 광야와 갈릴리 호수 사이에서 말이죠. 이 바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대며 싸움을 벌이곤 해요. 그 싸움이 얼마나 거센지, 내 친구들 몇은 부서졌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와요. 나도 아직은 멀쩡하지만, 한번 그 광풍을 겪고 나서는 가끔씩 몸이 덜덜 떨리기도 해요. 그래서 예전엔 바람이 가장 무서웠지. 살짝만 불어도 괜히 쪼그라들고 움츠러들곤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떠날 순 없었어요. 내가 있어야 많은 사람이 이 호수를 건너고, 삶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지내왔는데, 어느 날 정말 특별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그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졌답니다.


그날은 저녁 무렵이었어요. 나는 호수 가장자리에서 잔잔한 물결 소리를 들으며 한가로이 쉬고 있었죠. 그런데 점점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예수님이 호숫가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고, 마침내 그는 내 위로 올라왔어요. 나는 ‘잠깐 이야기만 하겠지’ 싶어서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씨 뿌리는 이야기, 등불 이야기, 겨자씨 이야기… 모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어요. 듣고 나면 괜히 마음속에 뭔가 콕, 하고 남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어요. 솔직히 처음 듣는 이야기라 다 이해되진 않았지만,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예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저 건너편으로 가자.”

나는 순간 깜짝 놀랐지. 이 호수는 밤이 되면 바람이 거세지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제자들은 아무 말 없이 내 돛을 세우고 노를 저어 나를 깊은 물가로 이끌었어요.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정말 아니나 다를까, 찬 바람과 따뜻한 바람이 맞붙으며 사납게 휘몰아치기 시작했어요. 그 속에서 예수님은 조용히 내 속으로 들어와 잠을 청했어요. 아마 온종일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느라 무척 피곤했나 봐요. 그의 얼굴엔 뭔가 깊은 고뇌가 서려 있었어요. 평화롭지만 어딘가 슬프기도 한 그런 표정이었죠.


한참을 나아가던 중, 마침내 그 바람이 몰아쳤어요. 바람이 윙윙, 물결이 철썩철썩, 나는 위로 솟았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어요. 결국은 순식간에 몸 안으로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나도 이젠 끝인가 싶었죠. 제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고, 나는 속으로 얼마나 바람에게 빌고 또 빌었는지 몰라요. ‘제발 멈춰줘, 제발…’ 하고 말이죠.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 그랬듯, 내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러던 그때, 예수님이 조용히 눈을 떴어요.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바람과 물결을 꾸짖기 시작했죠.

“잠잠하라! 고요하라!”

나는 순간 숨을 멈췄어요. ‘혹시 바람이 더 화내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내가 아무리 빌어도 듣지 않던 바람이, 그 말 한마디에 스르르 멈춰버린 거예요. 호수는 거짓말처럼 고요해졌고,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죠.

나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어요. 말 한마디로 바람을 멈춘 사람이라니!

예수님은 그런 기적을 보여주고도 아무렇지 않게 제자들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어요.

“왜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없구나!”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어요. ‘두려움이 믿음이 없다는 뜻일까? 믿음이 있으면 두려움도 사라지는 걸까?’

제자들은 분명 그를 따르고 있었지만, 그가 자연까지 다스리는 분이라는 건 몰랐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알았겠지만요. 아니, 이걸 보고도 모르면 이상하겠죠!

그날 이후로 나는 달라졌어요. 더는 바람이 두렵지 않아요. 내 안에 바람보다 더 크신 분이 타고 계셨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매일매일 그분이 내 위에 올라타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나는 절대 두려울 게 없을 테니까요.

[마가복음 4장 39절]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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