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 이야기

사도행전 8장 27-28절

by 리오라

덜컹 덜컹, 삐거덕~ 덜컹!

“아휴, 또 시작이네.”

앞에서 가던 덩치 큰 말이 성질을 부리며 뒤돌아봤어요.

“야, 조용히 좀 해! 주인아저씨 책 읽고 계시잖아. 눈치도 없냐?”

“누가 일부러 이러냐고… 나도 힘들다고.”

나는 무거운 몸을 간신히 끌며 중얼거렸어요.


우린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거든요.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땐 기뻤어요. 그런데 기쁨도 잠깐, 바퀴에 돌이라도 걸린 듯 가슴이 턱 막히고 말았죠.

‘또 긴 여행이 시작이구나…’

이번 예루살렘 여행에서 내 몸은 거의 만신창이가 됐어요. 말도 나처럼 피곤한지, 조금만 흔들려도 짜증이 폭발할 듯했죠. 그래서 소리가 덜 나도록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있으려니 더 힘들었어요.


며칠 전, 우리 주인님이 갑자기 예루살렘에 예배하러 가겠다고 선언하셨어요. 그분은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국고를 맡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관리인데 말이에요. 그런 분이 먼 길을 달려 여기까지 오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혹시 그 사람을 만날 줄 알았던 걸까요?


주인님은 수레 안에서 책을 소리 내 읽고 있었어요. 흔들릴 때마다 자세만 고쳐 앉을 뿐, 눈은 책에서 떨어질 줄 몰랐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참 진지했어요.

그렇게 광야를 지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휭- 하고 바람이 지나간 뒤 누군가 우리 앞에 나타났어요. 말이 놀라서 멈칫했지만, 주인님은 태연히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죠.

“지금 읽고 있으신 그 말씀, 이해가 되시나요?”

그 낯선 남자는 그렇게 물었고, 주인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어요.

“도와주는 이가 없으니 어찌 알겠소? 혹시 올라와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그 남자는 수레에 올라탔고, 우리 모두 조심스럽게 그를 지켜봤어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했지만, 대화는 아주 따뜻하게 이어졌답니다.


주인님은 그가 읽던 구절을 가리키며 물었어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입도 열지 않고 끌려갔다… 이 글 속의 '그'는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그때 그 낯선 사람이 조용히 입을 열었어요.

“저는 예수님의 제자 빌립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말씀은 바로 예수님을 말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주인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이 점점 반짝이기 시작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죽였죠.


마침 그때, 우리는 조용한 물가를 지나가고 있었어요. 마음이 편안해져서인지 졸음도 쏟아졌어요. 그런데 그때, 주인님이 빌립에게 말했어요.

“저에게 세례를 주시겠습니까?”

나는 깜짝 놀라 멈춰 섰고, 그들은 재빨리 물가로 내려갔어요. 빌립은 곧장 주인님에게 세례를 베풀었고, 주인님의 얼굴은 정말 환하게 빛났어요. 마치 마음속 깊은 데서부터 빛이 나는 것처럼요.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요. 빌립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린 거예요! 분명 바로 옆에 있었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주인님은 전혀 놀란 기색도 없이, 더 밝은 얼굴로 수레에 올라탔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책을 펼쳤어요. 마치 아까 있었던 일은 꿈이었던 것처럼요. 몸이 젖어도 신경도 안 썼죠. 그저 말씀을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러면서 계속 중얼거렸어요.

“어서 돌아가야지. 이 기쁜 소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야 해!”


주인님의 눈빛은 불타오르고 있었어요. 말도 눈치를 챘는지 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어요.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어요. 빌립이 말하던 대로, 하나님의 천사가 그를 이곳으로 보낸 게 분명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죠.

‘이러다 우리 친구들도 다 예루살렘으로 예배하러 가게 되는 건 아닐까?’

그건 정말 멋진 일일 거예요.

[사도행전 8장 27-28절] 일어나 가서 보니 에티오피아 사람 곧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가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데 수레를 타고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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