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 이야기

요한복음 13장 5절

by 리오라

유월절을 하루 앞둔 날, 마가의 다락방에서 저녁 식사가 열렸어요. 나는 그날, 정말 신기한 장면을 보았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죠.


참, 나는 대야예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손과 발을 씻기는 일을 해왔죠.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 일을 해왔어요. 먼 친척 중에는 유월절에 어린양의 피를 담는 중요한 일을 맡은 친구도 있지만, 나는 지금 이 일이 꽤 마음에 들어요. 발을 씻기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금세 알 수 있거든요.


사실 그날 나는 쉬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열두 명 넘는 손님이 온다며 급히 불려 나왔지 뭐예요. 처음엔 귀찮았지만, 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고요? 바로 그 유명한 분,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러 오셨거든요! 나는 너무 떨렸어요. 그분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얼굴도 반짝반짝 닦고 왔죠.

그들은 식사를 시작했고, 나는 제자들의 발을 하나씩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의 발이 벌벌 떨고 있었어요. 마치 큰 걱정을 안고 있는 발 같았죠.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 얼굴을 살폈어요. 그는 음식에는 관심도 없고, 온통 딴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예수님의 발도 봤는데, 마치 이곳을 떠날 준비가 된 발처럼 아주 평온했답니다.


그런데 그때였어요. 예수님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는 거예요. 그리고는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셨죠. 심장이 두근두근! 준비도 안 됐는데 벌써 물을 붓기 시작하셨어요. 그리고는 제자들을 하나씩 부르셨어요. 그리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시작하셨어요!

나는 평생 수많은 발을 씻겼지만,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기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어요. 이런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거든요. 우리 할아버지 대야가 봤다면 기절했을지도 몰라요! 수건도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어요. 아마 지금쯤 다른 수건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쫙 퍼졌을 거예요.

하지만 예수님은 아무 말 없이 조심스럽게, 아주 정성껏 발을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 주셨어요. 수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건 말이 안 돼!’ 하고 있었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분이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긴다니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예수님의 손이 멈췄어요. 왜냐하면, 어떤 제자가 발을 내밀지 않았거든요. 나는 고개를 들어보았어요. 베드로였어요. 그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어요.

“주님, 제 발을 씻으시려는 건가요?”

예수님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될 거야.” 하시며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베드로는 “절대 안 됩니다!” 하며 완강히 거절했죠. 그러자 예수님은 “내가 너를 씻기지 않으면 너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게 될 거야.” 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러자 베드로는 갑자기 손과 머리까지 씻어 달라고 했어요! 나는 깜짝 놀라 물을 쏟을 뻔했죠. 그의 발을 보면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예수님은 웃으며, “목욕한 사람은 발만 씻으면 된단다.” 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이셨죠.

“모두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어요. 씻어도 계속 더러운 발이 있다는 걸까요?


그리고… 예수님은 아까 본 그 떨리는 발도 끝까지 사랑으로 감싸 안고 씻어주셨어요. 예수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 발은 더 심하게 떨었어요. 아마도 그 제자 역시, 예수님 앞에서 마음이 복잡했을 거예요. 모든 발을 다 씻고 난 뒤, 예수님은 다시 옷을 입고 자리에 앉으셨어요. 그리고 조용히 물으셨어요.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알겠느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어요. 나도, 제자들도. 하지만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분의 손길엔 사랑이 있었어요. 아주 깊고 따뜻한 사랑. 높은 분이 낮은 이의 발을 씻어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말씀하셨어요.

“너희도 서로의 발을 씻어주어라.
내가 본을 보였으니, 너희도 그렇게 하여라.”

하지만 그 말은 마치 작별 인사처럼 들렸어요. 예수님은 정말 멀리 떠나시려는 걸까요? 아니면… 또 다른 사람들의 발을 씻어주러 가시는 걸까요?


[요한복음 13장 5절]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른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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