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이야기

누가복음 10장 33-34절

by 리오라

나는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외딴 길목에 살고 있어요. 이 길은 낮에도 으슥해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요. 그래서 가끔 지나가던 사람이 다쳐서 오거나,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으러 오는 일 외엔 조용하지요. 특히 강도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나는 누가 들어오면 늘 얼굴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어젯밤이었어요. 해가 막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문 앞에 한 사마리아인이 피투성이 사람을 업고 나타났어요. 나는 졸고 있다가 그 붉은 피를 보고는 잠이 확 달아났지요. 그 사마리아인은 가끔 우리 집을 찾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뭔가 달랐어요. 데리고 온 사람이 유대인이었거든요! 놀랍게도, 그는 밤새 그 다친 사람을 돌봐줬어요. 나는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그냥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죠.


그런데 아침이 되자, 사마리아인은 나에게 은화 두 개를 주며 말했어요.

“이 사람 좀 잘 돌봐주세요. 돌아오는 길에 부족한 건 더 드릴게요.”

그리고는 조용히 떠나버렸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친 사람이 깰 때까지 기다렸답니다.

얼마 뒤, 그 사람이 힘겹게 눈을 떴어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데려온 사람은 누구예요? 왜 혼자 두고 갔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잔뜩 궁금한 말을 쏟아냈지요.

그는 가쁜 숨을 쉬며 말했어요.

“날 데려온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요. 정신을 잃었었거든요.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아서 죽는 줄 알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그 사람이 사마리아인이에요. 주인한테 은화 두 개나 주면서 당신을 잘 부탁한다고 했어요. 부족하면 돌아와서 더 주겠다면서요. 그래서 나는 둘이 잘 아는 사이인 줄 알았죠.”

그러자 그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눈물이 글썽이며 말했어요.

“사마리아인이… 날 도와줬다고요? 그럴 리가…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러게요. 유대인인 당신이 사마리아인과 말을 섞는 일도 없잖아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어요.

“어제 길바닥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을 때, 내가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은 다 나를 외면했어요. 너무 슬프고 외로웠어요….”

“에구, 누가 지나가긴 했어요? 왜 그냥 두고 간 걸까요? 설마 못 본 건 아니겠죠?”

그는 깊은 숨을 내쉬더니, 어제 있었던 일을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서 강도를 만났어요. 조심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걸 어쩌겠어요. 옷을 벗기고, 마구 때려서 숨만 겨우 붙어 있었죠. 처음엔 누가 와서 날 도와줄 줄 알았어요. 그리고 정말 누군가 다가왔어요.”

“아! 그 사람이었군요!”

“아니요, 제사장이었어요. 나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뻔했죠. 하나님의 일을 맡은 제사장이면, 좋은 이웃이니 날 도와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나를 보자마자 못 본 척하고 길을 피해가더군요. 너무 아팠어요. 두들겨 맞은 것보다 더.”

“제사장은 율법상 시체에 손을 못 대잖아요. 혹시 죽은 줄 알았던 걸까요? 그래도 한번 살펴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 다음엔 또 다른 사람이 왔어요. 이번엔 레위인이었죠. 성전에서 봉사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당연히 도와줄 줄 알았는데, 그도 나를 힐끔 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갔어요….”

나는 혀를 찼어요.

“봉사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정작 사람은 못 본 척했네요.”

“그래서 난 모든 걸 포기했죠. 그런데… 사마리아인이 나를 도와줬다니….”

그의 얼굴엔 감동, 놀라움, 감사함이 한꺼번에 피어올랐어요.

“포도주랑 기름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상처에 바르고 싸매줬나 봐요. 밤새 돌보고, 여기까지 데려다줬으니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나도 둘이 무슨 사이일까 밤새 생각했어요.”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어요.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날 이렇게 살려주다니. 이보다 더한 자비가 있을까요?”

나는 말했어요.

“진짜 이웃은 말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바로 그 사마리아인이 당신의 이웃이죠.”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을 수도 없이 들었어요. 너무 당연하고 쉬운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 말씀이 진짜로 마음에 들어왔어요. 누가 나의 이웃인지 알았으니, 이제 나도 누군가의 진짜 이웃이 되어줘야겠어요.”


[누가복음 10장 33-34절]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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