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 합의가 일본 경제에 남긴 그림자
2025년 7월 22일, 미일 양국은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관세 합의에 전격 도달했다. 미국은 일본에 부과하던 25%의 '상대 관세(reciprocal tariff)'를 15%로 인하했고,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일본은 이에 대한 대가로 5,500억 미국 달러(약 80조 엔)에 이르는 대미 투자 계획과 미국산 쌀의 최소시장접근(minimum access, MA) 제도 내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서명 보너스(signing bonus)”라 자축하며 “수십만 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1].
그러나 이 '합의'는 단순한 관세 협상의 영역을 넘어 일본의 국가 경제, 산업 기반, 정치적 균형에 이르기까지 다면적인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와 안보 협력의 징표로 포장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중소기업과 농업계, 일부 산업계에 막대한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압력을 안겼다는 평가다.
대내 경제 분석은 냉정하다. 다이와종합연구소(大和総合研究所, Daiwa Institute of Research)는 관세가 15%로 유지될 경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은 2025년 기준 0.5%, 2029년에는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로 자국산업 보호조치까지 가정할 경우, 이 수치는 각각 1.1% 및 3.2%로 커진다[2]. 니혼종합연구소(日本総合研究所)는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연간 수출 감소는 최대 6조 엔에 달하고, 기업 수익은 최대 25%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3]. 제도적 리스크 역시 지적된다. 제2의 플라자합의 재현 가능성이나, 문서 없는 구두 합의라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예측불가성은 일본에게 상시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정치권은 극명히 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대미 흑자국 중 최대 폭의 인하를 이끌어냈다. 매우 큰 외교적 성과”라고 강조했다[4]. 자민당은 “농산물 관세는 포함되지 않았고, 쌀 수입은 기존 최소시장접근(MA) 제도 내에서 조정될 뿐”이라며 국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5].
반면,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일본공산당 타무라 토모코(田村智子)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국제규범을 무시한 일방적 고관세의 수용”이라며, “5,500억 달러에 이르는 무리한 투자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6]. 입헌민주당은 “합의 문서조차 없는 것은 외교적 무능의 증거”라며, 정식 문서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계는 복잡한 계산에 들어갔다. 일본자동차공업회(JAMA)는 관세 인하를 환영하면서도 “15%는 여전히 높은 수치”라며, 공급망 및 해외 생산기지 재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덴소(Denso)는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커, 아직 실적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7]. 아이신(Aisin)은 200억 엔 규모의 손익 악화를 예상하고 있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완성차 제조사(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OEM)와 가격 전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8].
농업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후쿠시마현의 한 농민은 “미국산 쌀이 들어오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9].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 미야자키 지부는 “주식용 쌀의 최소시장접근(MA) 확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주식용은 제외”라고 해명했지만, 이러한 설명은 농가와 국민의 불안감을 완화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사면초가 상황임을 인정한다. 대다수는 자금 확보, 생산기지 다변화, 판로 재조정 등의 '생존 전략'을 가동 중이다. 후쿠오카의 한 전통 양조장은 “쌀 가격 급등과 관세 이중부담이 겹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10]. 정부는 자금지원·고용유지·납세유예 등을 포함한 긴급 대응 패키지(emergency response package)를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의의 법적 구속력 여부도 불안 요소다. 미국은 “분기별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불만이 있을 경우 관세율을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즉각 반발했다[11]. 이처럼 내용 해석이 양국 간 상이하다는 점은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다자간 자유무역체제(multilateral free trade system) 복원을 위한 중간 기착지이자, 일본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 강화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 시험대가 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끝이 아닌 출발점”으로 보고 있으며, 환경·무역협정(CPTPP 등)을 통한 시장 다변화, 공급망의 내재화와 다각화, 중소기업과 농업의 구조적 전환을 동반한 정책 패키지가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일본은 대미 흑자를 지키기 위해 자국 내 산업과 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5,500억 달러면 된다”고 말했지만, 그 대가가 어디까지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1. 트럼프 “日의 5500억불은 서명 보너스” – [nippon.com](https://www.nippon.com/ja/news/yjj2025072300215/)
2. 대와총연 “GDP -1.2% 전망” – [dir.co.jp](https://www.dir.co.jp/report/research/economics/japan/20250723_025225.html)
3. 일본종합연 “기업수익 -25%” – [jri.co.jp](https://www.jri.co.jp/page.jsp?id=111202)
4. 石破首相 기자회견 – [首相官邸](https://www.kantei.go.jp/jp/103/actions/202507/25kansei.html)
5. 자민당 논평 – [jimin.jp](https://www.jimin.jp/news/information/211160.html)
6. 일본공산당 성명 – [tamura-jcp.info](https://www.tamura-jcp.info/archives/8552)
7. デンソー, トランプ関税未반영 – [toyokeizai.net](https://toyokeizai.net/articles/-/873877?display=b)
8. アイシン, 200億円 손익예상 – [news.tv-aichi.co.jp](https://news.tv-aichi.co.jp/single.php?id=7024)
9. 농민 발언 – [NST뉴스](https://news.nsttv.com/post/20250726-00000003-nst/)
10. 酒蔵 경영자 인터뷰 – [NHK](https://www3.nhk.or.jp/news/html/20250723/k10014872261000.html)
11. “분기별 평가” 발언 논란 – [donga.com](https://www.donga.com/jp/article/all/20250726/5748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