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E의 사례로 본 교훈
2025년 1월,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정부 효율성 부서(DOGE)를 출범시켰다.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식 행정개혁’으로 홍보된 DOGE는 일론 머스크의 민간 부문 효율성 노하우를 정부 조직에 이식하겠다는 구상 아래 연방정부의 지출을 최대 1조 달러까지 삭감하고 낭비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출범 6개월 만에 DOGE는 자신들이 약 1,900억 달러의 지출을 절감했으며, 수천 건의 계약 취소·보조금 회수·임대 해지 등을 통해 납세자 부담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독립적인 외부 분석에서는 뒷받침되지 않았다. GitHub 분석과 언론 조사에 따르면 검증 가능한 절감액은 77억 달러 수준이며, 엄격하게 보면 19억 달러에 그칠 수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계약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종료된 것이었고, 수천만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계 착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DOGE가 절감액으로 분류한 사례들 중에는 실질 지출이 전혀 없었던, 즉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던 항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절감 효과에 대한 의문과 함께, DOGE의 활동은 오히려 새로운 비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서비스파트너십(Partnership for Public Service)에 따르면 DOGE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납세자들이 치르게 된 추가 비용은 1,350억 달러에 달하며, 여기에는 수만 명의 공무원 유급휴가, 잘못된 해고와 재고용, 세수 손실, 사기 저하 등 간접적 손실도 포함된다. 더불어 보건·과학·국제 원조 등 주요 공공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어 장기적 사회·경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 모든 혼란은 행정적인 무능력이나 단순한 시행착오로만 보기 어렵다. 오히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정치 이념이 추진된 흔적이 뚜렷하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과 같은 특정 연방 기관 정책들이 집중적으로 축소되었고, 이러한 방향은 트럼프 행정부의 ‘프로젝트 2025’와 노골적으로 궤를 같이한다. 다시 말해, ‘정부 효율화’라는 기술 관료적 언어는 사실상 정치적 정당화를 위한 포장지로 사용된 셈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정부는 왜 효율적이기 어려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민간기업과 정부의 구조적 차이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세 가지의 중첩된 제약을 갖는다.
첫째는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감시 체계다. 정부는 언론, 시민사회, 의회, 사법부 등 다중의 외부 감시 주체로부터 실시간 평가와 견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정책 결정은 언제든지 정보공개법(FOIA), 탐사보도, 국정감사, 사법소송 등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절차를 빠르게 단순화하거나 단독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속도’와 ‘비밀 유지’는 정부의 통치 방식과 본질적으로 충돌한다.
둘째는 목표의 다원성과 상충성이다. 민간 기업은 단일한 목표(이윤 극대화)를 따르지만, 정부는 방위, 보건, 환경, 복지, 안전망, 과학 등 다층적이고 때로는 상호 모순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예산 감축은 단기 재정 절감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 사회적 갈등 증가, 혹은 국민 신뢰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의 '비용 절감'이 다른 부문에서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셋째는 공공 서비스의 비화폐적, 장기적 특성이다. 세수 징수, 기초연구, 질병관리, 규제감독, 재난 예방 등 정부의 주요 기능은 시장에서는 재화로 환산되지 않으며, 그 효과 또한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안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 통용되는 ROI(투자 대비 수익률) 같은 지표로는 측정이 불가능한 영역이 많으며, 당장의 절감이 미래의 대규모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RS 인력 감축이 수천억 달러의 세수 손실로 이어지거나, NIH 예산 삭감이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정부는 이미 상당한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4%만이 인건비에 쓰이는데, 이로써 3억 3천만 명을 상대로 방대한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많은 정부기관이 독립 감사와 성과 측정을 받고 있으며, 공무원 보호 장치는 오히려 고도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이는 정부의 느림과 절차주의가 비효율의 표식이 아니라, 오히려 견제와 균형, 그리고 공익성의 구조적 장치라는 점을 시사한다.
DOGE의 실패는 정부가 왜 시장과 다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효율성은 좁은 의미의 예산 항목에서 계산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정치적 의제와 행정적 원칙을 구분하지 못한 채 ‘효율’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면, 오히려 가장 비효율적인 결과—국가 신뢰 훼손과 공공 서비스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 효율성이란 단순한 수치 놀이가 아닌, 더 넓고 깊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