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와 협업 사이, AI 과학혁명의 현재

Co-Scientist AI와 인간 협업이 여는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by 너부리


인류의 과학 탐구는 오랜 시간 동안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실패와 검증을 반복하는 고된 과정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공개한 Co-Scientist AI는 이 순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Gemini 2.0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은 단순한 데이터 처리 도구를 넘어, 연구 현장에서 가설 생성과 실험 설계라는 핵심적이면서도 가장 비효율적인 단계들을 자동화하려는 야심찬 시도다. 실제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항생제 내성 연구팀이 10년간 축적한 연구 성과를 불과 이틀 만에 재현해내면서, 과학계는 놀라움과 경계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Co-Scientist AI의 구조적 혁신은 여섯 개의 특화된 에이전트가 협력하고 경쟁하는 ‘자기 진화’ 아키텍처에 있다. 이들은 창의적 가설 생성, 논리적 검증, 순위 평가, 개선과 진화, 기존 연구와의 연계성 검토, 최종 메타 리뷰라는 역할을 분담한다. 이어지는 과정은 일종의 ‘과학적 토너먼트’다. 다수의 가설이 서로 겨루며, Elo 점수에 기반해 최적의 가설을 선별하고 진화시킨다. 이는 체스나 바둑에서 자가 대국으로 실력을 높이는 방식이 과학적 탐구에 이식된 사례로, 가설 형성을 직관적 영감이 아닌 계산 가능한 탐색 문제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 철학적 함의가 크다.


하지만 “10년의 문제를 이틀 만에 해결했다”는 구호는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인간 연구자가 보낸 세월은 단순히 가설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 실패와 검증, 데이터 분석의 축적이었다. AI는 가설 탐색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높였지만, 실험적 검증과 결과 해석이라는 과학의 본질적 단계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Co-Scientist AI는 과학자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연구의 병목을 해소하는 협력자에 가깝다. 그 강점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보다, 수많은 막다른 길을 빠르게 걸러내는 데 있다.


과학계의 반응은 다층적이다. 낙관론자들은 이를 “연구의 민주화”로 본다. 중소 연구기관조차 AI의 도움으로 방대한 데이터에서 중요한 신호를 추출하고 의미 있는 가설을 도출할 수 있다면, 거대 연구 인프라의 격차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이미 AI는 인간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패턴을 찾아내며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반대로 회의론자들은 블랙박스 문제와 신뢰성 결여를 지적한다. AI가 도출한 답변은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경우가 많고, 추론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재현성과 신뢰의 기반이 흔들린다. 더불어 데이터 편향, 저자권 책임, 지식의 상업화 같은 윤리적 문제는 연구 문화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난제다. 개방형 데이터에 의존해 훈련된 AI가 기업의 독점적 이익으로 환원되는 ‘페이월 역설’은 특히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기술적·윤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AI는 이미 과학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엔비디아가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개방형 멀티모달 AI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과학 도구를 공익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다. 결국 핵심은 인간 연구자의 역할 재정의에 있다. AI가 생성한 가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실험 설계를 통해 그 타당성을 입증하며, 해석의 맥락을 부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학자의 임무다. 연구자는 단순히 데이터를 다루는 존재에서 벗어나, AI가 제시한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질문을 선별하는 큐레이터로 변모해야 한다.


Co-Scientist AI의 등장은 과학을 수행하는 방식이 단순히 빨라지는 수준을 넘어, 협업의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사건이다. AI는 인간의 손을 대체하지 않는다. 대신 연구자의 시야를 확장시키고, 실험과 검증이라는 과학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이는 과학의 속도가 빨라지는 동시에, 그 책임과 윤리적 성찰이 더 무거워지는 시대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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