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브로드웨이를 꿈꾸다

즉흥극처럼 펼쳐진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이민 전쟁

by 너부리


마치 미국 정치가 한 편의 실험극이고, 관객은 불안하게 웃는 관중들처럼 자리에 묶여 있는 것 같다. 트럼프 정부 시절의 풍경은 연극이라기보다는 서커스에 가까웠다. 차이점이 있다면, 광대는 스스로를 “위대한 사업가 대통령”이라고 불렀고, 무대 뒤에는 진짜 폭약—관세, 트윗, 그리고 무시무시한 이민 단속—이 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매일 아침 조간신문 대신 리얼리티 쇼의 제작 노트로 움직였다. 정책회의는 일종의 시트콤 리허설 같았다. 등장인물들은 고정되어 있었지만 대본은 매일 바뀌었고, 그마저도 트럼프의 기분에 따라 즉흥극으로 변했다. 참모들은 마치 서바이버 참가자들처럼 하루하루 자기 자리를 지키려 애썼다. “오늘은 누가 해고될까?”라는 질문이 CNN의 자막보다 더 중요한 국민적 오락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경제 정책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면서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어서 와, 그러나 서류는 잊지 마”라고 요구하는 이중 장치였다. 현대차와 LG가 조지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와중에도, 이민 단속반은 공장 현장을 습격해 수백 명을 체포했다. ‘법치주의를 수호한다’는 선언과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구호는 서로에게 발목을 잡는 개그 콤비처럼 무대에서 충돌했다. 웃음은 나오지만, 그 웃음 뒤에는 공사 중단, 투자 위축, 수천 개의 미국인 일자리 위협이라는 비극적 후일담이 붙었다.


정치적 반응 역시 한 편의 희비극이었다. 포퓰리즘 공화당 의원들은 “이것이 진짜 볼드한 행동!”이라며 환호했고, 조지아 주지사는 한국과의 파트너십과 주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민주당은 인권 침해를 외쳤지만, 동시에 기업 책임론을 들고 나와 “당신들만 완벽한 건 아니잖아”라는 대사를 곁들였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블랙코미디였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등장해 외국 기업에게 “법을 존중하라”고 지시하면서, 동시에 “똑똑한 인재들은 합법적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20세기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 채였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마치 한 손으로 문을 닫고 다른 손으로는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우는 연기와 다를 바 없었다.


이 모든 해프닝 속에서 미국은 자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다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숙련된 외국 기술자를 필요로 하면서도, 그들을 내쫓는 정책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모순은 블랙코미디의 절정이었다. 무대 조명이 꺼지면 남는 것은 웃음이 아니라, 잿더미 위에서 허둥대는 산업 전략뿐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좌충우돌은 한 나라의 비극적 풍경이자,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희극의 기록이었다. 문제는 이 연극이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커튼콜을 아무리 해도, 배우들은 다시 무대에 올라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리고 미국 국민은 여전히 객석에 앉아, 박장대소와 탄식을 교차하며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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