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국가, 질서의 아이콘

그늘과 빛 사이에 선 다카이치 사나에

by 너부리

2025년 가을, 다카이치 사나에는 자유민주당(LDP) 새 총재로 선출되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가능성을 열었다. 많은 언론과 해외 분석은 그녀를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의 영향 아래 선 굵은 보수 노선을 지향하는 인물로 그리며, 보수 우익 내부의 이념적 전환을 상징하는 존재로 평가하고 있다 (The Guardian, 2025). 그러나 그녀의 행보와 발언을 좇다 보면, 단순한 우파 지도자를 넘어 ‘권위적 국가주의(authoritarian nationalism)’와 ‘전통적 보수주의(traditional conservatism)’가 뒤섞인 정체가 드러난다.


◆ 국가주의와 경제정책: 사나에노믹스와 위기관리 투자


다카이치가 내세우는 경제 기조의 한 축은 ‘사나에노믹스’다. 이는 아베노믹스(완화·재정·성장투자)의 틀을 계승하면서도, 단순한 성장 중심 논리를 넘어 국가의 복원력과 안보적 대비를 경제 정책의 중심에 놓는 전략이다. 그녀는 위기 대응 투자(crisis management investment)를 강조하며 식량·에너지·첨단 기술·방위 산업 등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Reuters, 2025). 이 접근은 보고서가 “국가주의적 케인즈주의”로 규정한 유형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다카이치는 통상 관계에서도 보다 전략적이고 자율적 노선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를테면 미·일 무역 협정 재검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수출 중심 경제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Reuters, 2025).


이처럼 다카이치의 경제 전략은 단순히 재정 확대, 감세, 경기 부양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가 역량 강화와 연동된 전략적 재정주의 접근이라는 인상을 준다.


◆ 통치와 언론관: 방송법 발언과 검열 우려


다카이치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이해하는 데 있어 주목할 만한 지점은 2016년 그녀가 총무상(내무통신성 장관 역할)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발언이다. 당시 그는 국회 답변에서 “정치적 공평성을 결여한 방송이 반복될 경우, 전파정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여 언론계와 법조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Nippon.com, “The Inconvenient Truth Behind Japan’s Toothless Media”). 이 발언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 독립에 대한 우려를 낳았고, 국내외 비평가들로부터 “정부의 미디어 통제를 암시”한 위험한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내부적으로, 2023년엔 과거 정부가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문서를 둘러싸고 다카이치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문서의 진위 논쟁 속에서 그는 일부 인용 부분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며 책임 회피 움직임을 보였고, 야당은 언론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Wikipedia, “Sanae Takaichi”).


이러한 사례들은 “행정권 우선의 통제주의” 경향이 현실 정치에서도 어떻게 맹위를 떨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외교·안보 전략: 강경 동아시아 시선과 ‘종합 국력’ 구상


다카이치의 안보·외교 전략은 강한 국가주의적 색채를 띤다. 그녀는 헌법 제9조 개정, 반격능력 보완, 방위비 증액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대중(對中) 관계에 대해선 견제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미국과의 동맹은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Wikipedia, “Sanae Takaichi”).


2025년 리더십 경쟁 국면에서도 그녀는 위기관리 투자와 국가안보를 연계한 메시지를 강조하며,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 비판, 중일 경제 관계의 재조정 의지 등을 부각시켰다 (Reuters, 2025). 또한 그녀는 타이완과의 관계에도 적극적 입장을 보였다. 다카이치는 “타이완 비상사태는 일본의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며, 대만 사안에 일본의 책임과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를 보여 왔다 (Wikipedia, “Sanae Takaichi”).


게다가 다카이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식을 계속해 온 인물로, 전몰자 추모와 일본의 전통적 명예를 강조해왔다 (Wikipedia, “Sanae Takaichi”). 이러한 행보는 인접 국가들과의 역사 인식·외교 마찰 가능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국가주의적 정서에 호응하는 지지층 결속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처럼 그녀에게 “종합적 국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외교·안보·경제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국익 중심의 국가 운영을 추구하는 전략적 중심축이다.


◆ 사회·문화 이슈: 가족제도, 황실 제도, 성평등


사회 문화 영역에서 다카이치는 전통주의적 가치관을 고수해 왔다. 그녀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반대하며, 혼인 시 부부가 동일한 성을 사용하는 것이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Wikipedia, “Sanae Takaichi”). 이는 일본 사회 내에서 다소 진보적 흐름이 감지되는 가족 다양성 논의와 충돌한다.


또한 그녀는 여성 천황 및 여계 황실 계승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황실 제도의 전통성과 남계 계승 원칙을 중요 가치로 본다 (Wikipedia, “Sanae Takaichi”). 이런 기조는 젠더 평등 측면에서 비판적 시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동성 결혼과 결합한 권리 인정 문제 역시 다카이치의 보수주의적 태도가 드러나는 분야다. 그는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왔고, LDP 전체로도 동성 결혼 법안을 제출하거나 지지한 적은 없다 (Context news, “Will rising right in Japan election block same-sex marriage?”). 한편, 일본 내 법원은 최근 몇 건의 고등법원 판결에서 동성결혼 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AP News, “A second high court rules that Japan's ban on same-sex marriage is unconstitutional”). 이러한 법리적 변화 속에서도 다카이치의 반대 입장은 보수 지지층에 대한 충실성 유지와 전통적 사회질서 수호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사회 문화적 논쟁에서 그녀의 태도는,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일관되게 제동을 거는 보수성향과, 국가 정체성 유지라는 가치와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전략이 얽혀 있다.


◆ 리더십 이미지와 도전 요인: 강함의 전략과 분열의 징후


다카이치는 스스로를 “강한 국가의 지도자”로 포지셔닝하며, 마가렛 대처를 영향받은 인물로 지목해 왔다 (The Guardian, 2025). 이러한 이미지 투영은 경제·안보·문화 영역 통합 전략과 잘 맞아 떨어지며, 보수 지지층과 조직 기반의 결속력 강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리더십 전략이 모두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보수적 성향은 젠더 평등 요구, 언론 자유 보호 요구, 역사 인식 문제 등과 자주 충돌하며, 국내외 정치 지형에서 반대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그녀의 미디어 규제 발언은 언론 독립성을 중시하는 세력에게 강한 거부감을 낳았고, 동성 결혼 반대 및 보수적 가족관은 젊은 세대 및 여성층과의 갈등 가능성을 내포한다.


또한 그녀가 취임 이후 ‘여성 내각 비율을 북유럽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약속을 내놓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Reuters, 2025). 일부 언론에선 이런 발표가 정책적 진정성보다 정치적 전략 맞추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 결론: 권위와 자유, 그 미묘한 줄타기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치적 성향은 복합적이며, 단일한 ‘우익’ 또는 ‘보수’로 환원하기엔 어휘가 모호한 면이 있다. 그녀는 국가의 권위와 질서,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시대적 변화와 충돌할 여지가 있는 영역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나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시대가 현실이 된다면, 일본은 ‘강한 국가’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카이치의 정치철학이 어느 쪽 무게 쪽으로 더 기울지는, 그녀의 리더십 운용 방식, 정책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사회 중심 변화 압력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참고문헌


“Sanae Takaichi: the new leader of Japan’s Liberal Democratic party who cites Thatcher as an influence,” The Guardian (2025)

“Inspired by Thatcher, Japan’s PM-in-waiting Takaichi smashes glass ceiling,” Reuters (2025)

“Takaichi win as Japan leader may delay, not derail BOJ rate hikes,” Reuters (2025)

“Japan PM contender Takaichi proposes crisis management spending,” Reuters (2025)

“Japan’s ruling party elects Sanae Takaichi as new leader, likely to become first female PM,” Politico (2025)

“Japan’s Takaichi vows Nordic levels of women in cabinet. Can she deliver?” Reuters (2025)

“Right-wing Sanae Takaichi set to be Japan’s first female premier,” Reuters (2025)

“Japan’s first female governing-party leader is an ultra-conservative star in a male-dominated group,” AP News (2025)

“The conservative hardliner who could become Japan’s first female PM,” Financial Times (2025)

“The ‘Inconvenient Truth’ Behind Japan’s Toothless Media,” Nippon.com

Wikipedia, “Sanae Takaichi”

“Will rising right in Japan election block same-sex marriage?” Context News

“Japan’s ban on recognizing same-sex unions is unconstitutional, a court finds” (AP / Reuters)

“Japan, which lags most of the world on gender equity, could soon have a female PM …” ABC News

“If We Don’t Stand Firm, Korea Gets Uppity — Japanese Prime Minister Candidate Abe …” AsiaE (on historical and 외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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