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킨 시민들
2025년 10월, 미국 전역을 밝힌 ‘No Kings’ 시위는 분노와 유머가 공존한 민주주의의 축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맞선 이 시위는 ‘왕은 없다(No Kings)’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호 아래, 국민이 다시금 주권의 주인임을 선언하는 헌법적 사건이었다. 전국 2,700개 도시에서 최대 700만 명이 참여하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시민 저항 중 하나로 기록됐다 .
시위대는 진지함 대신 풍자를 택했다. 거리 곳곳에는 왕관과 망토를 두른 ‘가짜 왕’들이 등장했고, 어린이들은 “나는 왕이 아니에요, 나는 시민이에요”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행진했다. 미국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브라스 밴드가 연주를 이어갔고, 참가자들은 개구리 인형, 유니콘, 쿠키 몬스터 복장을 입은 채 춤을 추며 “시위만큼 애국적인 일은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 이러한 유쾌한 풍자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이자, ‘시민 참여 그 자체가 애국심’이라는 역설적 메시지를 세상에 던졌다.
이 시위의 중심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경계가 있었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헌법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행정권을 군주처럼 운영한다고 비판했다. “이것이 진짜 애국자의 모습이다”라는 피켓에는 정당을 넘어선 헌법 수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탄핵 집회’와 놀라운 평행선을 이룬다. 2025년 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앞두고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찬반 양측의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한 언론은 이 장면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거리의 열기가 극에 달했다”라고 전하며, 국민이 직접 정치적 책임을 묻는 역동적 시민 행동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No Kings 운동과 한국의 탄핵 집회는 형태는 달랐지만 본질은 닮았다. 두 나라의 시민들은 모두 “권력자는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을 각자의 방식으로 확인했다. 미국 시위가 풍자와 공연으로 권력의 허망함을 드러냈다면, 한국의 탄핵 집회는 법적 절차와 헌정 체계 속에서 책임 정치를 요구했다. 하나는 유머를 통해 정치 문화를 바꿨고, 다른 하나는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두 나라의 시민들은 각자의 언어로 동일한 명제를 증명했다. 민주주의는 투표 이후에도 끝나지 않으며, 거리에서 말하고 표현하며 조직하는 행위 그 자체가 국민 주권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No Kings 시위가 그랬듯, 한국의 촛불과 탄핵 집회 역시 “우리가 곧 국가이며, 시민이 헌법의 주체다”라는 보편적 진실을 다시 일깨웠다.
결국 이 두 장면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만난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권력은 잠시 빌려주는 것이며, 국민은 언제든 그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 거리의 유머와 헌정의 엄숙함은 모두 민주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