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은 나보다 딱 열두 살이 많았다. 김영숙은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머리가 반 넘게 돌아버린 ‘미친년'이었다. 어른들만 보면 기다란 나무막대기를 휘두르는 탓에 어른들은 항상 김영숙을 피해 다녔다.
김영숙이 너그러웠던 것은 동네 애들과 놀 때뿐이었다. 여자애들이 공기놀이하는 것을 옆에서 히죽대며 쳐다보거나, 남자애들이 막대기를 들고 와 뛰어다니면 저도 막대기를 치켜들고 히죽대며 뛰어갔다. 그래서 애들은 김영숙을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놀이할 때면 깍두기로 끼워주거나, 그도 귀찮아지면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며 부려 먹었다.
그렇게 같이 놀던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 별수 없었다. 서슬 퍼런 김영숙의 나무막대기는 알고 지냈든, 아니든, 공평하게 사람을 후드려 팼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고등학교를 간 다음부터 내 또래 애들도 종종 얻어맞는다는 소리를 엄마에게 듣곤 했지만, 다행히 나는 그 막대기에 맞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 유년이 지냈던 동네를 떠난 지도 벌써 20년이었다. 굳이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고 우기는 엄마를 거기에 두고 나 혼자 서울에 터를 잡은 지는 10년째였다. 3년 전, 엄마의 성화에 겨우 한 번 내려갔을 때도 김영숙의 막대기에 얻어맞은 뒷집 할아버지가 열흘이나 병치레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영숙은 벌써 나이를 꽤 먹었을 텐데도 그 기세는 죽은 데가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잊고 살았던 김영숙의 기억을 꺼내게 된 것은 서울에서 만나게 된 연주 때문이었다. 서울에 직장을 구했는데 집을 못 구했다고, 혹시 사흘만 재워줄 수 없겠냐는 연주의 부탁은 엄마를 통해 내게 전해졌다.
엄마는 마을에서 연주네 엄마와 제일 친했는데 연주는 나와는 영 친한 사이가 못 됐다. 나와 달리 연주는 어려서부터 떠들기를 무엇보다 좋아했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지 못하면 병이 나는 사람처럼 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는 그래서 늘 연주를 피해 다녔다. 연주의 부탁을 받았을 때도 사흘 동안 시달리면서까지 이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처음 서울에 올라와 집을 구하던 때를 떠올리며 어렵사리 수락했다.
십몇 년 만에 만나는 연주는 내 기억 속 연주보다 좀 더 차분해 보였다. 옛날보다 말수도 줄고 행동도 단정한 게, 다른 사람을 보는 거 아닌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녁때 쯤 우리 집에 도착한 연주를 위해 간단한 저녁을 대접했고, 우리는 밥을 먹으며 그간 마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나는 변한 연주의 모습에 자꾸 놀라면서도, 오래 떨어져 있던 데 비해 말이 잘 통해 재차 놀랐다.
연주는 동네 친구들의 근황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경식이는 장가 가서 애가 벌써 셋이고, 진영이는 애가 벌써 중학교에 들어갔으며, 그 동네에서 이 나이 먹도록 결혼 않은 자식은 저하고 나 둘 뿐이라는 얘기까지 매끄럽게 늘어놓았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얼마 전에 있었던 노할머니 장례식 이야기를 하던 연주가 문득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김영숙 있잖아, 작년 가을에 죽었어.”
내 최초의 기억은 우리 집 앞을 지나던 옆집 동석이네 아저씨를 막대기로 후려치는 김영숙의 모습이었다. 김영숙은 얼굴이 벌게지도록 아저씨의 어깨와 머리를 내리쳤고, 아저씨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욕을 내지르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일곱 살 남짓이었던 나는 우리 집 거실 창문에 기대서서 아저씨를 때리는 김영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가 도망가고 그 자리에 서서 씩씩 화를 내던 김영숙은, 나를 발견하더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헤 웃었다. 나는 마주 웃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아저씨를 무섭게 패던 김영숙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 김영숙은 작년 가을, 저수지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김영숙이 사라진 지 나흘째 되던 날, 마을 이장이 저수지를 살펴보러 갔다가 퉁퉁 불어버린 김영숙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김영숙의 가족을 찾을 수가 없어서 무연고자로 처리됐고, 이제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뼛가루를 뿌려준 경찰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해했다. 김영숙에게 수시로 두들겨 맞던 경식이네 아빠가 제일 좋아했단다. 김영숙이 헤 웃어주던 어린애 서넛만이 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반년이나 늦게 김영숙의 죽음을 알게된 나는 어쩐지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고향마을을 무려 삼 년 만에 가게 된 것은 아마도 김영숙의 죽음에 대한 부채감과 죄책감 비슷한 마음 때문이었다. 엄마는 네가 웬일이냐며 기뻐했지만, 나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다만 알 수 없는 의무감이 내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집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동네 뒷 산 어귀, 마을의 끝 쯤에 엎드린 채 스러져가는 낡아빠진 폐가로 향한다. 엄마가 사는 집에서 어른 걸음으로도 삼십 분은 걸리는 꽤 먼 곳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나를 알아본 수미 엄마와 경옥이 언니가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자기네 집 앞 조그마한 밭에서 김을 매던 성태 아버지도 알은체를 한다. 나는 그저 꾸벅꾸벅 인사했고 대꾸하지 않는다. 동네 사람을 예닐곱 명이나 만난 후에야 집이 드문 길로 접어든다. 이 길은 곧장 산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산의 오솔길이 나오기 전에는 그 어떤 샛길도 없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길 옆에 쓰러져가는 폐가, 김영숙의 집이 있다.
오래 전부터 폐가로 불리던 집은 한층 더 기울어져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다. 열린 대문 사이로 나무와 종이로 된 작은 문 두어 개가 떨어져 흙바닥에 나뒹굴고, 흙과 썩은 나무의 냄새가 뒤섞여 퀴퀴한 악취가 풍긴다. 군데군데 구멍이 난 툇마루를 바라보다가, 그 위에 앉아 내게 손짓하던 김영숙을 떠올린다.
“아프지? 아파. 약 발라줄게.”
얼마 남지 않은 연고를 내밀며 울상을 했던 김영숙의 얼굴이 방금 있었던 일처럼 눈에 선하다. 그 말에 큰 소리로 울음이 터져버린 열두 살의 나를 다독였던 것은 오로지 김영숙이었다.
툇마루인지 옛 기억인지 알 수 없는 그 날의 나와 김영숙을 한참 바라보다가 느린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선다. 방 안에 이리저리 흩어진 옷가지며 물건들이 눈 앞을 어지럽힌다. 가벼운 현기증이 도진 내가 겨우 벽을 붙잡아 몸을 지탱하면, 손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운 가루가 묻어난다. 어지럽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만큼. 순백으로 화한 방 안이 빙글빙글 돌며 명치를 쿡 찌른다. 동시에 코로 스며든 악취가 뱃속에서부터 깊은 구역질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다행히도 입밖으로 나온 것은 위태로운 한숨이다.
새하얗게 변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올 동안 벽을 짚고 숨을 고른 나는 다시 총천연색의 시야로 방 안을 훑는다. 전에는 새빨간 색이었을 빛바랜 티셔츠 한 장, 알아볼 수 없는 낙서가 군데군데 박힌 누런 가방, 제 자리를 잃고 바닥에서 뒹구는 서랍과 쏟아진 색색의 구슬들, 활짝 열린 장롱 안의 꾀죄죄한 옷가지들.
장롱 아래 몸을 반쯤 감춘 흰 수첩 위로 누런 종이 하나가 삐죽 튀어나왔다. 문득 호기심이 동해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앉은 낡은 수첩을 집어 두터운 먼지를 두어 번 털고 입으로도 후후 불어낸다. 먼지가 사방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다가 한 숨 가득 목구멍 안으로 들이친다. 견딜 수 없는 이물감에 켁켁 기침을 하자, 수첩에 끼워진 종이가 나비처럼 팔랑팔랑 먼지뿐인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이제보니 종이는 한 번 접힌 채다. 나는 얼른 떨어진 종이를 주워 수첩 제일 첫 장에 끼우고 문 밖으로 나온다. 먼지 냄새 다음으로 맡는 흙냄새가 마치 온 하늘을 물들인 노을의 냄새 같다.
나는 따뜻한 햇볕의 냄새를 한 번 들이키고 내 손에 든 물건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흰색 수첩 뒷편 왼쪽 아래에는 단정하고 예쁜 글씨로 ‘김영숙'이라고 써있다. 예쁜 글씨와 김영숙의 이름이 너무나도 이질적이라 나는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인다. 글씨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나는 반으로 접힌 쪽지를 꺼내 펼친다. ‘김정식'. 수첩 겉면에서 보았던 단정한 글씨다. 잠깐동안 수없는 가설이 떠오르기 무섭게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이십년도 더 전에 죽은 정식이네 할아버지를 끝내 기억해낸다.
찜찜하고 섬뜩한 기분이 들어 그 집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 손에는 흰 수첩을, 다른 손에는 김정식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쥐고 활짝 열린 대문을 빠져나왔다.
“엄마, 김정식이 누구야?”
짧은 질문에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통수를 매만졌다. 다듬고 있던 냉이는 안중에도 없이 앉았던 식탁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처음보는 모습이라 적잖이 당황스럽다.
“니가 그놈아를 와 궁금해 하는데?”
사투리가 진득하게 섞인 엄마의 걸걸한 목소리가 우리 둘밖에 없는 집 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꾹 다문다.
자신이 지나치게 큰 소리를 냈다는 것을 깨달은 엄마가 다시 자리에 앉아 칼과 나물을 들고 평소보다 거친 손놀림으로 다듬는다. 손으로 이파리를 떼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멀뚱하게 서있던 내가 불쑥 말했다.
“영숙이 집에 갔다왔어. 김영숙.”
재게 움직이던 엄마의 손이 우뚝 멈춘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노려본다. 나는 싱크대로 가 아래쪽 찬장을 열고 날이 무딘 부엌칼 하나를 꺼낸다. 엄마는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내가 엄마 옆 자리 의자를 빼고 털썩 주저앉자 의외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머하러.”
나는 대답 대신 냉이를 집어들어 누런 잎들을 하나 둘 떼어낸다. 우리는 말없이 냉이를 다듬는다. 엄마는 빠르게, 나는 느리게. 시든 잎을 떼고 흙을 털고 상한 부분을 잘라낸다. 손질을 마친 냉이는 소쿠리 안으로 가볍게 던져넣는다.
이 정도의 침묵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쉴새없이 빠르게 움직이던 엄마의 손이 그 속도를 늦춘 것은 내 얘기가 시작된 후였다.
“기억 나? 내가 종수네 큰 형 엄청 싫어했던 거. 마주칠까 봐 만날 도망다녔잖아.”
엄마는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열 두 살때, 그 새끼가 내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는데, 김영숙이 쫓아와서 구해줬어.”
나는 계속 냉이 뿌리의 검은 부분을 칼로 슥슥 긁었다. 칼을 대는 대로 시커먼 것이 떨어져 나가 뿌리가 뽀얗게 드러난다. 손질을 끝낸 냉이를 소쿠리에 툭 던져 넣고 다른 뿌리 하나를 골라 잡는다. 엄마는 처음 알게 된 사실에 어쩔 줄 몰라 아예 몸을 돌려 나를 보고 앉는다.
“와 말 안 했노?”
짧은 물음이었지만 나에 대한 걱정이 단숨에 읽혀 가슴이 조금 뜨거워진다. 나는 손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눈을 부릅떠 냉이에 묻은 흙을 노려본다. 그 흙이 종수네 큰 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서워서. 말할 용기가 생겼을 때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더라고.”
손을 멈추고 썩은 속을 뱉어내듯 시커먼 숨을 크게 내쉰 엄마가 한숨같은 소리로 말한다.
“그 가시나, 저맨치로 되지 말라꼬 그랬는갑네. 그래 갈 줄 알았음 잘 좀 해줬을 낀데. 복도 억수로 없데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려 엄마를 보면, 엄마는 방관자의 죄책감과 후회가 뒤섞여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을 일으킨다. 대강 다듬어진 냉이를 소쿠리째 싱크대에 밀어넣고, 식탁에 깔아둔 신문위로 소복하게 쌓인 쓰레기도 무심하고 간단하게 모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갈 곳을 잃은 내 손이 차가운 식탁의 유리 위로 착륙하자마자, 쏴아, 가느다란 물줄기 수십개가 동시에 흘러내린다.
엄마는 식탁을 등지고 싱크 앞에 서서 냉이를 씻기 시작한다. 나는 어깨가 조금 굽어 전보다 작아진 등을 말없이 쳐다본다. 오르락 내리락 움직이는 어깨와 찰박이는 소리가 눈과 귀에 가득 찬다. 냉이를 헹궈내는 차가운 파열음을 가르고, 엄마의 나지막한 말이 천천히 다가와 내 사소했던 모든 기억의 빛깔을 영영 바꿔버렸다.
“영숙이 가가 김정식이 그 개잡놈한테 그 일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리에서 제일로 이쁘고, 똑똑하고, 착한 아였제. 정식이 그 놈이 영숙이 뒤를 졸졸 쫓아다니다 영 파이다 싶으니 고마 확 겁탈을 해버린기라. 근데 하필 아가 들어서가 혼인을 시킨다 만다 이카더니만 정식이네랑 영숙이네랑 다 이사 나가버맀제. 그러고 한두 해 지났는데, 갑자기 영숙이가 지 혼자 나타난기라. 아가 혼이 쏙 나갔는가 사람도 몬 알아보고, 사람만 보면 몽딩이 들고 직이라고 쫓아오고. 건너건너 듣기로는 배가 부르다 말고 애가 떨어졌다 카더라. 그라이까네 정식이네가 입을 싹 닦아삔기다. 아도 없는데 먼 책임이냐꼬. 정식이 금마가 천하의 직일놈이제.”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사실 앞에서, 나는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이 아연하다. 싱크대 물 내려가는 소리가 고막을 터뜨릴듯 귀를 가득 채운다.
나는 홀린듯 일어나 방에 두었던 김영숙의 수첩을 찾는다. 흙 묻은 손으로 다급히 집어든 수첩을 뒤집어 김영숙의 이름을 확인한다. 깔끔하고 둥근 모양의 예쁜 글씨. 동리에서 가장 똑똑했던 김영숙의 글씨. 나는 조금 떨리는 손으로 수첩을 펼쳤다.
수첩은 김영숙의 일기장이었다. 나는 일기의 날짜를 확인하며 책장을 뒤로 넘긴다. 또박또박 둥글던 글씨는 1987년 5월 14일을 기점으로 점점 거칠어졌다. 고통스러웠을 날것의 기억이 두려워 일기장을 빠르게 뒤로 넘겼지만 중간중간 눈에 얽혀들고 마는 아기, 김정식, 죽음, 도망 같은 단어들이 목을 죄어 숨이 막히게 한다. 나는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숨을 고른다.
밭은 간격의 숨소리와 함께 도달한 마지막 일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그리 길지 못했던 김영숙의 인생처럼.
1987년 12월 25일
잘가 아가야.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 만나렴.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