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1)

by 정서정



어려서부터 나는 예쁜 편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너는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 생겼느냐 감탄 어린 칭찬을 매일같이 듣곤 했다. 납작한 데 없이 동그란 두상, 조그맣고 하얀 계란형 얼굴, 커다랗고 둥근 눈과 조그맣고 오똑한 코, 그리고 숱 많은 새카만 머리카락까지. 사람들은 나만 보면 예쁘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의 어디가 예쁜지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을 좋아했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손을 흔드는 티비 속 언니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최초의 장래희망은 바로 미스코리아였다.


장래희망이 바뀐 다음에도 나는 항상 예쁜 아이였다. 유치원과 초중고에 진학할 때마다 사람들은 내 외모에 감탄했다. 길을 지나가면 나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또래 남자애들부터 나이차이가 나는 남자들까지 수많은 남자들의 고백을 거절하는 것도 내게는 피곤한 일과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직장도 학교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면접부터 면접관들은 내 외모에 대해 물었고 첫 출근때도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예쁘냐며 감탄을 늘어놓았다. 칙칙하던 사무실에 빛이 난다고도 했다. 평생 있어왔던 익숙한 반응들이라 나는 과찬이라며 웃었다. 역시 내 미모가 통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미모는 항상 나의 무기였다.



“아. 또 차출이에요.”


“이번엔 왜?”


“몰라요. 내일 **전자 상무 온대요.”



정대리는 내 말에 탐탁치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실로 부서를 옮기지 않겠냐는 제안을 거절한 다음부터는 종종 의전에 차출되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이걸 기회로 빠른 승진을 노려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기대는 희미해졌다. 이제는 귀찮고 짜증이 났다. 내가 차출되어 하는 일이란 인사를 하고 웃고 커피를 타고 다 늙은 아저씨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자친구는 심각한 구시대적 잔재라며 분개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어렵게 잡은 직장을 내손으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사내 메신저로 이비서님에게 알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짜증스러웠다. 지금 보고있는 인턴 이력서만도 몇백통이었다. 한숨이 나온다. 내일까지 1차 불합격자를 가려내서 과장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내일 미팅에 차출되었으니 그 일은 야근을 해서라도 어느정도 끝내놓아야 큰 탈이 없겠지.


결국 점심시간에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회사밥을 뒤로하고 파스타를 먹으러 나갔다. 작년에 공채로 함께 입사한 옆 팀 지영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나보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똑똑한 소리를 잘 했지만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키도 나보다 크고 머리도 짧고, 여성스러운 데는 좀 없었다.



“언니가 의전 담당자도 아닌데 왜 매번 오라가라야? 웃기네 정말.”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일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고.”


“김이사 진짜 인간이 왜 그럴까? 구닥다리야. 우웩. 아직도 여자는 꽃이라고 헛소리 하던데. 사람이 업데이트가 안 돼 있어.”



지영이가 나를 상습적으로 차출하는 김이사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그러게 말이야 맞장구를 치다가 물었다.



“김이사가 너는 안 불러?”


“응. 아마 비서실 빼고 부르는 거 언니 뿐일걸? 그게 더 괘씸해.”



지영이는 포크를 입에물고 인상을 찌푸렸다. 불쾌한 무언가가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실제보다 더 늙어보이는 김이사의 불쾌한 술톤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아. 왜 나만 불러내서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글쎄.”



아주 짧은 망설임 뒤로 따라나온 지영이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작았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예뻐서 그런가봐.”


“…….”


어색한 웃음으로 답할 뿐 그는 입밖으로 무어라 말을 꺼내지 않았다. 분명히 아까까지 김이사를 같이 욕해주던 애가 답이 없는 게 이상해서 맞은편 지영이의 얼굴을 흘끗흘끗 살폈다. 여전히 어딘가 불편한 웃음을 띤 채로 파스타를 우걱우걱 먹고 있다.



“내가 뭐 잘못했어?”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지영이가 다시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아니야. 아무 것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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