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발바닥이 콕콕 쑤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주말에 2만 보 넘게 걸은 게 무리였구나 생각했다. 그날 아침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꽤 걸었다. 거리를 따져보니 15km 정도 되었다. 쉬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발목 통증까지 더해졌다.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 정형외과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의사와 대면했다. 의사는 마치 내 발에 전염성 질환이라도 있는 듯 비닐장갑을 끼고도 검지손가락 하나를 삐죽 세우더니 손가락으로 발을 툭툭 건들었다. 나의 병명은 ‘족저근막염’이었다. 의사는 치료하고도 낫지 않을 경우, 최악에 수술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덜컥 겁이 났다. 의사는 내 발 모양을 본떠서 반깁스를 하나 만들어주었다. 나는 발을 절뚝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발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냈다. 사실 아프지 않을 때는 내 몸 구석구석의 기관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어느 한구석을 집중적으로 살피게 마련이다. 발이 아프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발에 찬 깁스는 어찌나 무겁던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밤에 화장실을 갈 때면 아파서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칼에 찔려 본 적은 없지만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족저근막염에 걸리면 가만히 있다가 움직일 때 가장 고통스럽다. 또한,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의사 말에 먹는 걸 줄였더니 금단현상처럼 짜증이 늘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약속이 있어도 모두 미루게 되었다. 아픈 곳은 몸인데 나날이 마음도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마사지 볼도 사고, 신발 깔창도 맞추고, 스트레칭도 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발을 달래 보려 노력했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것도 반성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없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다. 사실 처음에 의사가 처방했던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는 한번 받았는데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여 중단했다. 아무래도 병원 치료 없이 오로지 자연 치유를 하려니 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일 년 만에 찾은 자유는 꽤 달콤했다.
약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시간이 약이었다. 때로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근데 고통 속에서는 시간이 더디다. 답이 있을지 모르는 채로 묵묵히 나아간다는 것도 쉽지 않다. 주저앉고 싶고 멈추고 싶고 답답하기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기나긴 터널에는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 또한 스트레스이고 건강에 좋지 않을 텐데……. 매번 왜 이러는 걸까? 그래,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약이다. 나는 오늘도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