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집밥
오늘 점심은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친정 엄마가 아침에 갖다 주신 꽃게 조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중임에도 불구하고 밥 한 공기 추가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제 남편이 비빔면으로 유혹을 해도 물리치고, 크림빵도 꾹 참고 안 먹고 버텼건만, 꽃게 조림의 유혹에는 넘어가서 결국 밥 솥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다 먹었다. 뭐, 오늘 하루의 다이어트 실패에 후회는 없다. 이후 몰려오는 포만감과 행복감에 푹 젖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꽃게 조림은 꽃게찜과 비슷한데 다만 꽃게에 간장 양념을 해서 조린 음식이다.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꽃게만 넣고 조림을 해도 되지만 다진 양파 1개와 다진 양송이버섯 5개쯤을 넣으면 좋다. 간장, 마늘, 후추, 설탕으로 양념하고 손질된 꽃게를 넣어서 잘 끓이면 된다. 꽃게가 빨갛게 변할 때쯤 양파와 버섯에는 꽃게향이 스며든다. 꽃게살을 발라서 양파와 버섯과 자작한 국물을 넣고 참기름을 떨어뜨리고 김가루 솔솔 뿌려 쓱쓱 밥을 비비면 짭조름한 맛에 고소함이 더해져서 정말 꿀맛이다. 아, 게딱지에 넣어 먹으면 더 일품이다.
이 레시피는 원래 있는 건지 친정 엄마만의 레시피인지 사실 모르겠다. 집 외에 그 어디에서도 먹어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엄마표 고유 집밥 맞는 거겠지? 친정엄마는 이 더위에 멀리서도 딸내미 식사에 손자 식사까지 챙기신다. 그런데 이성보다는 본성이 앞서는 철부지 딸내미는 냄비에 남은 꽃게 조림이 눈에 아른거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