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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Nov 02. 2023

엄마의 가방

친정 엄마가 집에 들른다고 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집에 온다는 거다. 난 그때 이미 직감했다. 뭔가를 가지고 올 거란걸... 역시나 엄마는 배낭에 뭔가를 잔뜩 넣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왔다. 현관에서 주방까지 잠깐 들고 옮기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배낭을 열어보니 열무김치, 파김치, 귤, 버섯. 엄마는 딸내미 준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대체 이걸 짊어지고 어찌 걷고 지하철을 타고 온 건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속이 상했다. 그래도 애써 참으며 잘 먹겠다고 인사했다.


요즘엔 내 가방의 무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발을 다친 이후에 몸에 약간의 무게만 실려도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가방을 아예 들고나가지 않을 때가 많다. 조금만 무거워도 힘에 부친다. 얼마 전에는 돈을 주고 산 물건을 들고 올 수가 없어서 그냥 두고 오기도 했다. 근데 엄마는 허리에 침을 맞으러 다니고 무릎에 주사를 맞으러 다니면서도, 엄마의 가방은 반대로 자꾸 무거워진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으로도 충분한데 엄마는 더 주려 한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 문득 내 아이가 느끼는 나의 모습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아이가 느낄 나의 가방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가방에 넣은 사랑이 너무 무겁다고 느끼진 않을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가볍다고 여길지는 않을지. 사랑의 적정한 무게를 알려주는 저울이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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