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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Nov 05. 2023

주부의 생일

"오늘 생일인 걸 아무도 몰라."

며칠 전 티타임에서 동네 언니가 말했다.

"주부의 생일은 묻히죠."

나는 대답했다.

언젠가부터 생일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생일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뒤부터였던 거 같다. 물론 축하해 주는 가족이 있다. 일정에 맞추어 보통 주말에 함께 식사를 하고 케이크를 먹는다. 그리고 정작 생일날 당일에는 혼자 보내기 십상이다. 생일에도 아침밥을 차리고, 점심을 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어쩔 때는 생일이라는 날이 있기에 더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혼 전만 해도 생일 전부터 몇 명씩 그룹별로 생일 파티를 하기에 바빴다. 생일 전후로 케이크를 몇 번씩 먹고, 몇 날 며칠 기분이 들떠서 지냈다. 어떤 생일 선물을 받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이제는 그 시절이 생각이 날듯 말 듯,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져 과연 내게 그랬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오늘은 친구의 생일, 잊지 않으려고 며칠 전부터 캘린더에 저장을 해두었다. 아침이 되면 축하인사를 해주려고 말이다. 하지만 나도 주부인지라 가족 아침을 챙기느라 깜박했었다. 다행히 다른 친구가 단체톡방에 축하인사를 띄웠다. 나는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작은 케이크 쿠폰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주부의 마음은 주부가 아는 법! 한참만에 답장이 왔다. 점심밥을 차리느라 늦게 봤다고 했다. 나의 선물이 친구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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