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면 아이 학교 총회가 열린다. 매번 환절기라서 옷차림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담임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아무렇게나 갈 수 없기에 아침부터 집에 옷장을 활짝 열고 이 옷, 저 옷 걸쳐보았다. 거실 이중창을 활짝 열어놓고 쌀쌀한 공기에 코트로 결정했으나, 낮에는 봄날씨가 예보에 정오에 다시 한번 문을 열고 기온을 체크했다. 그새 봄날씨가 된 것 같아 옷을 재빨리 갈아입었다. 나의 일은 대충 결정하는데, 아이에 관련된 건 고심을 하게 된다.
아이 학교를 들어서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유리문을 밀며 나의 초등학교 1학년 때가 떠올랐다. 학교에 다니는 게 긴장이 많이 되었는지 나는 학교에만 가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매번 손을 들어야 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워 참기도 했는데, 하루는 담임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땐 언제든 다녀와도 괜찮아."
손을 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이며 선생님은 환히 웃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화장실에 드나드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서서히 긴장이 풀렸는지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떠올리는 일이 없어졌다. 선생님의 따스한 배려는 나의 꽁꽁 얼어있던 내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던 거다.
지나 놓고 보면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고, 그중에 몇 분은 나의 초등학교 첫 담임 선생님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뗘지는 선생님도 있고, 표독스럽고 악독한 선생님이 있기도 했다. 유독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 또한 잊히지 않는다. 반아이들이 다 하교하고도 나는 계속 학교 복도를 쓸어야만 했다. 빗자루의 나무 손잡이를 잡고 휘어진 솔로 먼지 한 톨 남기지 않으려 쓸어내리고 쓸어내리며 홀로 그 복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담임 선생님은 도대체 얼마나 깨끗하길 바랐던 걸까.
아이 담임 선생님은 웃음기 띈 얼굴로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총회를 가는 이유는 공개수업을 듣는 아이를 보기 위함이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을 뵙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담임 선생님을 뵙고 나면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뭔가 마음이 놓이는 경향이 있다. 아이 담임 선생님은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올해도 좋은 분을 만난 것 같아 다행이다. 학교 다닐 때 뭐니 뭐니 해도 종례 빨리 끝내주는 분이 최고! 우리 반 총회가 가장 빨리 끝나서 어찌나 좋던지. 야호, 봄에 해야 하는 연례행사 중 하나가 끝났다 :)